상단영역

미디어협동조합 시그널

본문영역

자기소개서 이야기?⑧ 프레임웍으로 검증하기

논리와 표현

  • 기자명 김진욱/기획위원
  • 입력 2019.01.21 17:25
  • 수정 2020.03.27 10:1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미지=픽사베이
이미지=픽사베이

 

김진욱/시그널 기획위원

 

[필자주] 자소서는 필자가 2016년 모바일 앱 개발회사를 퇴직하고 인생 이모작을 준비할 즈음 우연한 계기로 <랭어 연구소>와 협업하며 진행한 한시적 프로젝트였다. 자소서에 관심을 둔 이유는 몰개성을 양산하는 교육, 어른들을 포함한 동시대인들이 가진 마인드셋(사고방식)을 반영하는 거울같았기 때문이다. 개성이 죽고 획일화된 사고가 극복되지 않은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는 어떤 사회적 변화가 있다해도 풍요한 정신적 삶은 요원하다. 이 연재는 학생을 위한 글이 아니라 '자소서'를 소재로 우리들 고정관념을 살펴본다(물론 자소서 작성에도 도움이 된다). 본 연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맥락전환의 기본원리 / 맥락전환은 쉬운가 / 자동반응 / 자동반응의 다양한 형태들 / 범주화의 오류가 초래하는 닫힌 세계 / 진실을 억압하는 통념들 / 논리와 표현 / 태도 그리고 서술 / 사실과 의견의 구분 / 싫은 삶의 대안적 가능성 / 맥락전환의 선각자들

 

1

벌써 8편째다. 글쓰기 전문가도 아니고 교육에 몸담아 온 것도 아닌데 무모하거나 건방진 건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양해를 구한다. 이번에는 지금까지 이야기들을 약간은 도식적으로, 그리고 실제로 도식으로도 정리해 보려 한다. 1~7편에서 자소서, 혹은 이야기 구조, 혹은 삶 자체에 적용해도 어떤 경우 무리 없을 만한 것들을 몇 가지 말했다. 그중 자소서에 국한해 임의로 열거한다면 이렇다.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쓰는 것이다

-자소서는 자기> 소개>서 순서로 중요하다

- 핵심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질문에 자동반응하지 마라.

-질문에 대해 주의해 집중하자

-질문을 이해하고 자신의 답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하고 싶은 답이 뚜렷하면 글쓰기는 단지 기능일 뿐이다. 그리고 범주화, 선입견, 통념 같은 것들 때문에 어리석은 글이 된다 -그것은 우리 삶도 마찬가지다

등등.

구체적으로는, 1편에선 자소서에 대한 기존 맥락을 바꾸자고 말했다. 2편에서는 유사시(?)엔 질문의 맥락조차도 바꾸자고 제안했다. 참고로 2편은 다시 보니 엉망이라 발행 후 수정했다. 혹 실망한 독자라면 다시 읽어보시길 부탁드린다. 3편에선 무엇보다 질문이 중요하다고 했고, 브래드 피트를 예로 주장에는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함을 말했다. 4편에서는 이시영 예를 들며 계기가 아닌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 즉 이유를 말할 것을, 6편에서는 문짝 실험을 예로 굳이 쓸데없는 정보를 거론하는 것으로 구체적이라는 의미를 오해하지 말 것, 아울러 목적 없이 목표만 생각하지 말 것을 말했다. 7편에서는 익스트림 활동과 강아지 장난감실험 그리고 외교관과 국제활동가를 꿈꾸는 학생 자소서를 예로 통념에 빠지지 말 것을 말했다.

전체적으로 3~7편에서 ‘주장과 근거(3편)’, ‘계기와 이유(4편)’, ‘목적과 목표(5편)’, ‘통념과 진실(6편)’, ‘의견과 사실(7편)’, ‘경험과 교훈(이번 7편)’ 같은 논리 범주를 등장시켰다. 이 범주들은 ‘필터’와 비슷하다. 글을 쓰거나 쓴 글을 볼 때 유용하다.

 

2

필자는 1996년 웹에이전시부터 직장생활을 했다. IMF 때를 제외하고 주로 정보기술 업체에서 일했다. 그쪽에서 쓰는 용어 중 ‘프레임웍’이 있다. ‘어떤 일에 관한 판단이나 결정 따위를 위한 틀’ 정도의 뜻이다. 개발 혹은 비즈니스 의사결정에서 몇 가지 틀을 정해놓고 판단의 준거로 삼는다. 각자 필요에 따라 구성해 사용하면 된다. 아래는 3~7편의 범주들을 활용한 ‘논리 검증 프레임웍’이다. 이것은 필자가 임의로 구성한 것이다. 한 번 보자.

 

(구성=필자)

 

앞 편들에서 설명한 것들이다. 굳이 반복하지 않는다. 다만 그림 오른쪽에 있는 판별문들을 유의하자. 이 프레임은 단지 자소서만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수많은 글, 페이스북 글, 그리고 지금 필자의 글조차도 모두 적용될 수 있다. 재차 강조하면 수단을 목적처럼 생각하지 말자. 이 프레임웍, 혹은 범주세트들, 그리고 지금 읽는 이 글 다 수단에 불과하다. 1편에서 말했듯 쓰는 것보다 생각이 먼저다.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쓰는 것은 생각을 나타내는 수단이며 잘 쓰는 사람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재 글을 쓰고 있는 필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연재를 시작하기 전에 매체에 정식으로 글을 써 본 경험이 거의 없다.

글 쓰는 일이 임박하면 대부분 막막해 한다. 예컨대 자소서 요구문에 “재학 기간에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해 주시기 바랍니다(1,000자 이내)”가 있다. 3년 동안 학교 다니면서 공부를 어떻게 했는가? 막막하다. 역으로 이렇게 질문해 보자.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 이렇게 물으면 대부분 막힘없이 답한다. 그럼 한 달 동안 있었던 일은? 3년 간은? 마찬가지다. 말할 수 있으면 쓸 수 있다. 단지 말하는 내용이 그럴듯하지 않을 지 모른다는 쓸데없는 걱정만 없으면 된다.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고 합리적으로 스스로 사고를 구성했다면, 나머지는 표현상의 문제이다. 주로 아래와 같은 경우다.

①단정적: “외고는 한 언어를 전공으로 삼아 공부하는 것이 '나와 맞지 않았다'. 반면 국제고는 여러 언어와 국제계열 과목을 교육하고 다양한 활동을 제공해 학생들을 글로벌 인재로 양성하는 것이 주목표라 나와 '잘 맞는다'.”

“뉴스를 통해 미래에 로봇이 많은 직업을 대체한다는 것을 보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을 모색하다가 심리학에 관심을 가졌다. 또 축구와 관련된 직업을 하고 싶어 결국 스포츠 심리 상담사를 '내 꿈으로 결정했다'.”

②거창한: “나는 영어를 깊이 있게 가르치는 영어 교사가 되고 싶다. 그러므로 '글로벌 인재를 지향하는' XX 외고 영어과를 희망한다.”

③상투적: “나는 XX 국제고에서 여러 국제 특색 교육을 받으며 '추론 능력과 창의성을 기르고, 토론 능력과 과학적 사고력을 향상'하고 싶다. 나는 '국제적인 소통을 할 수 있고 남들을 배려하는' 겸손한 검사가 되고 싶기에 XX 국제고에 지원했다.”

④굳이 상관없는 정보의 제시: “XX 국제고에 입학하면 'XX 동아리 XX'에 가입하여 여러 법 경시대회에 참가함으로써 꿈에 대비한 경험을 쌓을 것이다. 교내 임원으로 활동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XXXX' 학생회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XXX, XXX, XXX, XXX 등의 자율 동아리'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를 탐구하고…

⑤실제적 정보 탐색의 부재: “졸업 후에는 XX대학교의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구체화한 법학을 공부하여 국제 경쟁력을 갖춘, 또한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검사가 되도록' 노력..

 

이런 잘못된 표현역시 프레임을 구성해 검토할 수 있다. 예컨대 다음과 같다.

(구성=필자)

논리 프레임에서는 어떻게 적절하게 논리를 구성할 것인가가 촛점이었다면, 위에 구성한 '표현 검증 프레임'은 반대로 쓴 글에서 부정적 요소를 제거하는 것이 목표이다. 이런 도구들을 써서 자소서 같은 이야기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다. 앞서 말했듯 필자가 쓴 이글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프레임은 필요에 따라 구성할 수 있다. 그리고 마음 챙김의 방법론이 그렇듯 단지 자소서만의 도구는 아니다.

 

3

지면 한계 상 다음 편이 아마도 마지막 편이 될 듯하다. 샘플을 동원해 세부적인 작성법, 수정법까지 예를 들면 엄청난 분량이 될 것이다. 블로그나 대면 강의는 몰라도 인터넷 공식 매체에서는 적절하지 않다. 이 연재의 의도와도 맞지 않다.

다음 편에선 임의의 프레임을 한 두개 더 구성해 보고자 한다. 그리고 IT 기법인 워크 시트를 이용해 유연한 사고를 위한 뇌 훈련(?) 비슷한 것을 한 번 해보려 한다. 워크시트란 원래는 데이터를 일정한 양식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구성된 시트인데 여기서는 종이 한장에 아주 간단하게 흥미를 유발하게끔 수수께끼를 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자소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주로 거론한 엘렌 랭어에 대한 재검토, 그리고 랭어 이야기가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에 대한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아마 다음 다음 편이 될 것이다. 그때에도, 그리고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로 주의해야 할 것을- 6편 위험이란 무엇인가에서 예시로 든 그녀의 실험을 빗대어 표현한다면-이것이다.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은 강아지 장난감일 수 있다.”

덧. 이 글에서 구성한 두 번째 프레임웍으로 필자의 이 글을 검증해 보자. 이 글이 단정적인가? 혹은 거창한가? 상투적인가? 굳이 상관없는 정보를 제시하고 있나? 아니면 실제적 정보에 대한 탐색 없이 공허한가? 만일 이런 점들이 있다면 모두 필자 책임이다. ㅎ

____

필자: 1985~1996년 성균관대 수학. 전 인포허브, 네오엠텔 본부장 등 모바일분야 IT업계 19년 근무. 스토리텔링 회사 <꿈틀> 기획이사를 거쳐 현 미니기업 <투와캠프> 운영 및 자영업. 꿈틀 재직 시 엘렌 랭어의 한국인 제자들이 설립한 심리연구소 <엘 엠 아이 코리아>와 협업해 랭어 긍정심리학을 기반한 <마인드풀 자기소개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메가스터디 윈터스쿨> <알로곤 학원> 등에서 강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적 강의 진행. 

 

 

 

 

 

관련기사

저작권자 © 미디어협동조합 시그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