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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의 모든 것-4편(최종회) [김광훈 칼럼]

  • 기자명 양동균 명예
  • 입력 2019.01.2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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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chard Gruenke

 

[미디어파인=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의 클래식 세상만사]

 

전문 연주자들의 활 목록

 

전문 연주자들이 즐겨 연주하는 올드 활들 중에서는 브와랭(F.N. Voirin), 도미니끄 페카트(Dominique Peccatte), 그리고 뚜르뜨(F.X. Tourte)의 이름이 가장 자주 눈에 들어온다. 정작 현대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사토리(Eugene Sartory)는 -장영주나 아이작 스턴의 컬렉션을 제외한다면- 찾아보기 어려운 편이다. 일찍이 한 인터뷰에서 밀랑은 페카트를 클래식 명품 자동차, 사토리를 스포츠카에 비유한 바 있다. 페카트에서는 다양한 스타일과 미의식을 찾아볼 수 있으며, 사토리에서는 좀 더 단순하지만 힘과 패기를 느낄 수 있다는 비유였는데, 확실히 연주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좀 더 다채로운 표현이 가능한 활을 찾기 마련이다.

 

하나의 활로 그 모든 것이 가능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이상적이겠으나,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기에 전문 연주자들은 보통 여러 대의 활을 구비해 두고 곡이 요구하는 바나 기호에 따라 다양한 활을 사용한다. 바로크 시대 레퍼토리는 바로크 활로 연주하는 연주자들도 심심찮게 눈에 띄지만, 대개 바로크나 고전에는 좀 더 클래식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활을, 그리고 낭만이나 큰 협주곡 레퍼토리에서는 파워풀한 활을 선호한다는 식의 활 선별법이 있다.

 

▲발브로트 활 프로그 (손잡이)

 

근대로 올수록 연주자들의 활 리스트에서 새 활의 이름이 많이 눈에 띈다. 활 보증서로도 유명한 밀랑(J.J. Millant)이 제작한 활도 보이고 롤랑(B. Rolland)의 이름은 꽤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살코(I. Salchow)의 이름도 심심찮게 등장한다. 앞서 언급했던 게어베트나 다니엘 슈미트 혹은 티노 루케 등 (소수지만) 개별 연주자들에게 사랑받는 제작자들도 많다. 기돈 크레머는 독일 제작자, 리하르트 그륀케(Richard Grünke, 토마스 게어베트의 스승이기도 하다)의 활을 애용하며, 슬로모 민츠는 스테판 토마쇼(Stephane Tomachot)를 사용한다. 이러한 군소 제작자들을 전부 언급하자면 책의 지면을 다 할애한다 하여도 끝이 없을 것이다.

 

지난 호에서 언급한 바와 마찬가지로 유명세는 필연적으로 몇 년에 걸친 대기 기간과 상당히 강도 높은(?) 제작비를 담보로 한다. 이 투자 대비 결과물이 만족스럽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필자는 때때로 이 둘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보아왔고 그러한 것의 대안으로 신진 제작자를 적극 추천하는 바이다. 통상 대당 제작 기간을 한 달 반에서 두 달을 보는 악기와 달리, 활은 더욱 빠른 제작이 가능하기에 더 짧은 대기기간을 담보로 하며 또한 하나의 악기를 제작하고 구매의 부담을 안아야 하는 악기와 달리, 활은 복수의 결과물 중에서 고를 수 있는,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발브로트 활 헤드 (머리)

 

송진의 선택과 사용

 

전문 연주자들조차 간과하고 있는 송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할까 한다. 송진은 제공하고 있는 회사에 따라 음색, 현과의 밀착도, 그리고 연주의 느낌 등이 미묘하게 다르다. 특히 현과는 소위 말하는 ‘궁합’이 있어서 특정한 현과 유독 잘 맞지 않는 송진도 존재한다. 너무 빠르게 활이 현을 활주하는 것이 싫은 이들은 좀 더 그립감이 강한 송진 -대개 어두운 색깔 송진- 을 이용하여야 할 것이며, 반대로 좀 더 밝은 음색과 가벼운 표현력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밝은 색깔 송진을 이용해 볼 것을 권한다. 바이올린의 경우, 계절에 상관없이 본인이 선호하는 송진을 사계절 사용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습하고 무더운 여름에는 단단한 송진(light)을 사용하고 건조하고 추운 겨울에는 무른 송진(dark)을 사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흔히들 활 밑과 활 끝을 강조하여 송진을 바르고 중간은 한 번에 지나가버리는 방식으로 송진을 바르곤 하는데 이 또한 좋지 못한 습관이다. 오히려 활털에 송진을 적당히 느린 속도로 일정하게 발라주는 것이 좋으며, 굳이 강조하고 싶다면 오히려 송진이 가장 많이 소진되는 중간 부분을 몇 번 더 강조해서 발라주어야 한다. 그리고 연주 직전에 송진을 바르는 것보다, 연주 하루 전 날, 미리 송진을 바르고 악기 케이스에 넣어둔 후에 다음 날 사용하면 더 낫다는 것은 실험을 통해 알려진 사실이다. 어쨌거나 송진은 현만큼이나 다채로운 물건이어서 시간을 두고 투자와 다채로운 실험을 해볼 것을 권한다.

 

▲테트-베쉬 활 헤드 (머리)

 

마무리

 

이상 활의 모든 것에 대해서 개괄적으로 알아보았다. 컬렉터의 입장에서는 각각의 파트나 제작의 역사, 스타일이 중요할 수밖에 없겠지만 연주자의 입장에서는 활의 기능이 최우선이다. 활에서 절대 변하지 않는 부분은 첫째로 음색, 두 번째로는 활의 기술적인 처리능력이다. 후자의 경우는 곡도의 조절 등을 통해 그나마 약간의 수정. 보완이 가능한 편이나 전자는 순수하게 나무 그 자체가 제공하는 소리이기에 절대 변화시킬 수 없다. 따라서 활의 선택에서 음색적인 면을 우선적으로 살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어두운 소리의 악기에 좀 더 밝은 소리를 이끌어 내는 활을 사용하거나, 지나치게 밝은 악기에 어둡고 깊이 있는 소리를 내 주는 활을 매치하여, 저마다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것 또한 활을 통해 이룰 수 있는 현명한 보완 방법이다. 활은 악기와 달리 비전문가 입장에서 더욱 출처와 상태를 알 수 없기에, 현존하는 제작자라면 반드시 그 제작자의 친필 보증서를, 그리고 일정 금액 이상의 올드 활이라면 공신력 있는 보증서를 받아두는 것 또한 (악기에 비해) 더욱 필요한 요소이다.

 

악기 또한 마찬가지이겠지만 특정한 이름에 기대어 사용해보지도 않은 활을 인터넷 경매 등을 통해 덜컥 구입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첨언하고 싶다. 활의 세부적인 상태를 알 수도 없을뿐더러, 온라인상에서 제공하고 있는 활의 무게라는 것이, 프로그 등과 같이 특정 파트가 빠지고 난 후의 무게거나 혹은 활털이 없이 제공되는 무게인 경우가 많아서 실제 정확한 활의 무게를 가늠하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활의 가장 중요한 밸런스나 기능적 느낌, 그리고 부정적 요소들(특정 부위에서 활이 떨린다던지 하는 등의)을 사진만 봐서는 결코 알 수가 없다. 악기와 마찬가지로 구입 후에 후회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활이야말로 스스로의 의견과 느낌을 믿고, 보다 자신에게 편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선택하는 데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바이올리니스트 김광훈 교수

 

[김광훈 교수]
독일 뮌헨 국립 음대 디플롬(Diplom) 졸업
독일 마인츠 국립 음대 연주학 박사 졸업
현) 코리안 챔버 오케스트라 정단원
한양대학교 음악대학 겸임 교수
전주 시립 교향악단 객원 악장
월간 스트링 & 보우 및 스트라드 음악 평론가

 

(제공 : 미디어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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