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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로서의 산림

  • 기자명 김재근
  • 입력 2019.02.06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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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치유로서의 ‘바이오필리아(biophilia) 가설’은 사회생물학으로 유명한 미국의 과학자 윌슨은 오랜 진화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우리 인간은 물질적․정신적으로 자연과 아주 깊은 연관을 맺게 되었기 때문에 건강한 자연과 함께할 때만 비로소 참된 인간성의 구현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윌슨은 자신의 이런 자연 친화 사상을 ‘바이오필리아(biophilia)'가설로 정리하였다. 이 가설을 처음 주장한 윌슨은, 인간이 다른 모든 생명체들과 자연계의 과정에 본원적으로 어떻게 관련되어 있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개념으로서 1984년에 처음으로 바이오필리아(bio 생물+philia 사랑)라는 용어를 제시하였다.

 

바이오필리아란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는 자연계 모든 생물에 대한 애착심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고이다. 윌슨은 인간이 다른 생물 종에 대해 애착심을 갖게 된 것은 인간 종족의 발달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인류의 정신적․물질적 발전에 있어서 필연적인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바이오필리아 가설은 자연이 인류가 생존 유지와 종족 번식을 위해서 필요로 하는 물질 자원의 공급원이라는 피상적인 관념을 훨씬 넘어서 인간은 심미적․지성적․인지적 발달 촉진을 넘어서 심지어 정신적 안정과 만족을 위해서도 자연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선포한다.

 

윌슨에 의하면 인류의 진화는 역사책에 쓰인 것처럼 불과 8천년 혹은 1만년 동안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호모속(인간종)으로 간주되는 최초의 유인원이 지상에 모습을 드러냈던 수백만 년 전 또는 수천만 년 전부터 비롯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인류 역사에서 90% 이상의 기간은 수렵채취인의 시대였는데, 이 기간에는 인간의 삶이 거의 전적으로 자연계를 구성하는 생물에 대한 정보의 축적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 인간의 두뇌는 현대 생활에서와 같은 기계적으로 통제되는 그런 세상이 아닌, 생물 중심적인 세상에 적합하도록 진화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도 우리는 깊은 숲 속이나 한적한 바닷가에서 더할 수 없는 마음의 평온을 누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지난 수천 년 동안 문명이 발달하면서, 그리고 특히 최근 몇 세대 동안 산업화와 도시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인간의 마음속에 내재하는 자연에 대한 본원적인 친밀감이 현저하게 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윌슨은 우리 인류가 바이오필리아라는 본원의 감정을 회복하기 위해서 범지구적 생태계 훼손이라는 환경 재난에 강력히 대처할 것을 열렬히 주창하면서 현재와 같이 무분별하게 전 지구적으로 생물다양성의 감소가 지속된다면 인류의 본원적 ‘인간성(humanity)'은 점점 더 빈약해질 것인데, 우리가 자연 보전에 더욱 노력해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학교폭력실태조사를 통해 드러난 학교의 현장은 ‘위기의 학교’ 그 자체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학교폭력의 근본 처방은 숲과 자연교육이라는 처방전이 제시되고 있다. 숲의 치유기능을 바탕으로 다양한 활동을 접목하여 목적한 성과를 거두기 위한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독일이나 일본, 캐나나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실용적으로 실시되어 왔고 이에 대한 효과연구도 많이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치유 목적의 체계화된 산림치유 프로그램, 특히 학교에서의 산림 교육 및 산림치유 프로그램과 관련된 연구는 이제 시작단계이다. 일찍이 이런 숲의 치유기능을 활용하여 학교폭력 예방 및 선도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미국 아이다호에서 실시된 ‘아스펜 숲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문제 청소년들은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등의 정신적인 문제가 크게 줄어들었고, 공격적인 행동과 성향이 대폭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신원섭, 1984).

 

숲과 자연에서의 체험활동은 청소년들의 정서지능 발달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들은 숲에서 다양한 생명들과 만나고 서로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를 알게 된다. 그리고 풀과 꽃, 나무를 친구처럼 대하면서 다른 사람을 인식하고 배려하게 되며, 감정 조절과 충동 억제 능력을 키우게 된다. 유럽에서도 슈타이너 학교나 몬테소리 교육에서도 숲과 자연체험이 어린이들 인성교육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오래전부터 교육에 도입해 왔다.

산림치유는 자연환경 중에서 숲이 가지는 다양한 물리적 환경요소(경관, 테르펜, 음이온 등)를 이용하여 인간의 심신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자연요법의 한 부분이다. 인체에 미치는 생리적·심리적 효과를 과학적·의학적 성과를 기반으로 체계적 프로그램을 통해 검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산림을 심신치유에 활용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산림테라피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전국에서 신청한 치유의 숲을 대상으로 실험해 결과에 따라 산림인증제도(산림치료길, 산림치료지구)를 실시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100년 전부터 지형요법과 기후요법, 그리고 온천요법이 가미된 산림보양촌이 전국에 산재하고 의사의 처방에 의해 숲을 의료 목적으로 이용한다. 또 이를 예방의학의 치료행위로 간주하여 건강보험에서 보험으로 처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산림치유란 숲에 존재하는 다양한 환경 요소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활동을 말한다.

산림치유의 주요 인자로는 피로회복을 촉진하는 피톤치드, 마음을 안정시키는 음이온, 신진대사와 뇌 활동을 촉진시키는 산소, 쾌적함과 편안함을 제공하는 자연의 소리 등을 들 수 있다. 또 산림치유 효과로는 숲이 포함된 경관에서 뇌에서 발생하는 알파(α)파가 증가하며, 심리적으로 회복환경으로 인지한다고 한다.

환경심리학자 캐플런(Kaplan)에 따르면 산림이 일상으로부터의 해방감을 주는 공간으로써 현대문명에 지친 현대인들의 스트레스와 피로상태를 회복시켜 줄 수 있는 요소가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Kaplan & Kaplan, 1989). 숲의 자연 환경과 산림의 치유인자를 활용하여 최근 급증하고 있는 학교 폭력의 치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숲은 심각한 우울과 불안, 자살 충동 등 스트레스 상태에 놓여 있는 이들에게 숲의 환경요소와 생명의 에너지를 활용하여 교우관계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고, 자기존중감과 자기효능감을 증진시키며, 미래에 대한 설계를 준비시킬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할 수 있다.

 

[김 재근 미디어협동조합 시그널 기획위원]

교육심리학 박사

산림치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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