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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지워져가는 것들에 대한 안타까움

  • 기자명 이현진
  • 입력 2019.03.22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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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북쪽편, 한양도성 창의문 옆, 윤동주기념관에 가면 영상실이 있습니다.
오래된 정수장 물탱크를 개조해 만든 곳이라 어두컴컴한 그곳에서

윤동주시인의 영상을 보다보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빛한줄기 보일듯말듯한 컴컴한 감옥에 갇혔을 그분을 떠올리면
저 빛은 희망이었을까요? 절망이었을까요?

북경, 자금성 주변의 옛골목, 후통을가면 허물어질듯한 건물이
남아있습니다. 일제시대엔 일본의 북경감옥이었던 곳이고
광야의 이육사 시인이 독립운동중 체포되어 이곳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어쩌다 인연이 있어 거의 해마다 그곳을 가보게되는데
거의 폐허처럼 되어있는 듯한 그곳에 오래된 포도덩쿨이 있어
가슴이 뭉클해지곤 했습니다


내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인의 시처럼
천연덕스럽게 달린 포도송이가 콧날을 시큰하게도 했습니다


이육사시인이 저 컴컴한 감옥밖을 바라보며 죽음을 맞이했을때
그때 포도덩쿨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몰라도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시인은 썼지만 이국땅 독립운동과 감옥에 있는 그야말로
고달픈 몸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그를 위로하고 그의 삶을 기억하는 가숨뭉클함이 남아있던
그 포도덩굴,
이제 더이상 만날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

어제  잠시 들려본 북경감옥터는


먼가 재개발을 준비하듯 깨끗이 정돈되는 중이며
부둥켜안듯이 시인의 감옥을 휘감으며 자라나던 포도덩쿨은
싹둑 잘려 버리고 말았습니다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ㅠ

개발의 바람이 이곳에 불어오면
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히던 그 포도를
더이상 만날 수가 없을 것이고
머나먼 독립운동의 길에 고달픈 그도 더이상 기억할 수 없을 겁니다.
또하나의 흔적이 사라지는 오늘,

그나마
작년 여름의 답사길에 한송이 따서 간직한
이 포도송이 만이 그곳의 마지막 흔적이 될지도 모릅니다


박제된 표본처럼 갇힌 기억이 아닌,
청포도가 익어가는 고향의 칠월을 그리워하던
그를
그를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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