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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전도연처럼 울지 않아야 유가족다운 걸까요?"

  • 기자명 연합뉴스
  • 입력 2019.04.0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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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참사 유가족들, 세월호 참사 담은 영화 '생일' 관람

 


 

재난 참사·산재 피해가족들 영화 '생일' 관람(서울=연합뉴스) 류효림 기자 =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강로동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반올림, 재난 참사·산재 피해가족 초대 영화 '생일' 상영회 및 작은 이야기마당에서 참석자들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9.4.5 ryousanta@yna.co.kr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참사 피해자 유가족은 울어야 할까요, 웃어야 할까요? 저는 두 모습 모두 맞다고 생각합니다."

5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는 사회적으로 큰 상처를 남긴 재난 참사 유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영화를 보며 서로 보듬고, 치유하는 '특별한 상영회'가 열렸다.

 

이날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과 생명안전시민넷이 영화 배급사 등과 함께 준비한 영화는 '생일'

영화 '생일'은 2014년 4월 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와 그 유가족의 삶을 담았다. 아들 '수호'(윤찬영)의 부재를 인정하지 못하는 엄마 '순남'(전도연)과 아들과 가족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안고 사는 아빠 '정일'(설경구), 그리고 오빠의 죽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여동생 '예솔'(김보민) 등 주인공 가족과 수호를 기억하는 주변인들이 수호의 생일에 모여 서로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려냈다.

영화를 통해 재난 참사나 산재 등 사고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확산하고, 피해자 인권 보호·지원 체계가 마련되는 계기를 만들고자 이 상영회를 준비했다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그만큼 상영회에는 여러 재난·산재 사고 피해 가족들이 자리를 함께했다. 세월호와 가습기 살균제 참사, 춘천 봉사활동 산사태 사고,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스텔라데이지호 침몰 사고, 현장실습 사고, 삼성전자 직업병, 태안화력 비정규직 사망사고 등 16개 사고의 피해자 가족들이 스크린 앞 자리를 채웠다.

 

영화가 끝난 뒤 이어진 '이야기 마당'에서 재난·사고 피해자 가족들은 수호의 죽음을 모두 자기 가족의 일처럼 받아들였다.

세월호 참사로 딸 김시연 양을 잃은 윤경희 씨는 "영화를 두 번째 보는 거라 눈물이 나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보는 내내 아이가 생각나서 많이 울었다"며 "어쩌다 유가족이 돼서 이 자리에 앉아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아야 하는지, 그 자체가 서럽다"고 흐느꼈다.

대구 지하철 화재 사고 유가족인 전재영 2·18 안전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영화를 보면서 화재 사고 이후 지하철을 타기까지 4년이나 걸린 내 모습이 기억났다"며 "여전히 우리 가족 중에는 지하철을 타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운을 뗐다.

 

전 사무국장은 "어떤 분들은 영화 속 유가족들이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모습을 보며 피해자로서 어떤 모습이 맞을까 싶을 것 같다"며 "그런데 나는 두 모습 다 맞는다고 생각한다. 울고 싶을 때 울고, 웃고 싶을 때 웃으면 된다"고 말해 공감을 끌어냈다.

 

2011년 7월 춘천으로 봉사활동을 갔던 딸이 산사태로 사망한 아픔을 겪은 최영도 씨는 "누구나 재난과 참사를 당할 수 있는데 그것을 치유해가는 과정은 다양할 것"이라며 "영화를 보면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희생자 가족들을 잘 도와주고 문제가 잘 해결되도록 하는 조직이 만들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들 유가족은 각 참사와 재난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있어야만 같은 일을 겪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故) 황유미 씨의 아버지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4월 21일이 유미 생일"이라며 "영화 속 수호 엄마의 마음이 여기 계신 모두의 마음과 같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기업이 잘못해서 희생자가 나오는데도 누구도 처벌받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민과 노동자들이 희생되는 일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도 "용균이 하나의 죽음이 아닌 많은 사람의 죽음 진상을 제대로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게 해야 한다"며 "더는 자식들이 죽지 않도록 기업처벌법을 만드는 데 큰 목소리를 내주면 좋겠다"고 바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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