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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미얀마 로힝야 사태 대응 "구조적 실패" 반성문

보고서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공통된 입장 조율 의지·능력 없었다는 추측 가능"

  • 기자명 연합뉴스
  • 입력 2019.06.1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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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글라데시서 피난생활하는 로힝야족 난민들 모습 / 사진=연합뉴스

- 英 가디언 보고서 입수 보도…"유엔 내부 분열이 핵심 원인"
- 로힝야족 마을 초토화, 수천명 사망, 74만명 방글라데시 난민촌 이동...유엔, '인종 청소'·'대학살' 규정
- "유엔 기구 간 조율 없이 미얀마 정부 상대로 조용한 외교와 인권 침해 공개 비난 사이 오락가락"
- "유엔 미얀마 인권 코디네이터, 사태 의도적 축소 정황 있어...다수 제기 의혹 일부 확인

(서울=연합뉴스) 미얀마 로힝야족 학살 사태와 관련한 구조적인 대응 실패를 지적한 유엔 내부 보고서를 영국 일간 가디언이 입수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자아비판' 성격의 이 보고서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의뢰로 과테말라 외교장관을 지낸 거트 로즌솔이 작성했다.

미얀마군은 2017년 8월 로힝야족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마을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사태의 여파로 로힝야족 74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다.

유엔은 이를 '인종 청소' 또는 '대학살'이라고 규정했다.

국제사회에서는 유엔이 로힝야족 학살이 자행되기에 앞서 점점 커지던 경고음을 무시함으로써 사태를 키웠고 무능력한 대응으로 일관했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로즌솔 전 장관이 작성한 보고서는 이러한 대응 실패 이면에 관련 유엔 기구 간 분열, 미얀마 정부와 관계에서 발생한 불신, 현장에서 들어오는 엇갈리고 불완전한 정보 등 다양한 원인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사태 대응 과정에서 관련 유엔 기관들이 단일대오를 형성해 유기적으로 움직이지 못하고 분열돼 있었다는 점을 뼈아프게 받아들였다.

사태가 악화하는 가운데 유엔 관련 기구 간 조율 없이 미얀마 정부를 상대로 한 조용한 외교와 인권 침해에 대한 공개적 비난 사이를 오락가락했다는 것이다.

로즌솔 전 장관은 보고서에서 "의문의 여지 없이 심각한 실수가 저질러졌다"며 "공통된 행동 계획이 아닌, 분열된 전략 속에 대응할 기회를 상실했다"고 비판하고 이를 유엔의 '구조적 실패'로 규정했다.

그는 유엔의 최고위층에서조차 공통된 전략이 없었다면서 그 결과 인권 측면에서 미얀마 당국과 효과적으로 협업하지 못하는 등 유엔 시스템이 상대적으로 무력했다고 돌아봤다.

또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조차 공통된 입장을 조율할 의지나 능력이 없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고 보고서에 썼다.

로즌솔 전 장관은 사태 당시 논란이 된 유엔 미얀마 인권 코디네이터 레나타 록-드사이엔에 대해선 별도의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 밝히면서도 "그가 사태를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한 것 같다"며 많은 이들이 제기한 의혹을 일부 확인했다.

드사이엔은 당시 인권 보호론자들의 로힝야 거주지 방문을 막고 인종청소 가능성을 경고한 직원을 격리하는 등 로힝야족 관련 문제 제기를 억눌러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이후 본부의 소환 명령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번 보고서에 대해 유엔이 대응 실패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아 성찰'을 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상황은 나아지지 않고 비판만 반복된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2012년 스리랑카 내전과 관련해 유사한 자아비판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는 찰스 피트리 전 유엔 사무총장 보좌관은 로즌솔 전 장관의 보고서에 대해 "매우 훌륭한 작업을 했다"고 칭찬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새로운 게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그러면서 "문제의 핵심은 너무나 명백한 교훈을 행동으로 옮길 결단과 용기를 갖지 못한 시스템"이라고 짚었다. 로즌솔 전 장관의 보고서는 이번 주에 공식 발간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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