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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개발에 주민 참여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한다(1)

■ 융기원 포럼: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과 리빙랩 그리고 공공안전기술

  • 기자명 김진욱/기획위원
  • 입력 2019.06.28 10:32
  • 수정 2020.03.27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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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시그널 기획위원

[필자주] 경기도와 서울대는 2018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을 재출범시키면서 리빙랩을 활용한 연구개발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리빙랩(Living Lab)은 사전적으로 '일상생활의 실험실'이란 뜻이며 ‘우리 마을 실험실’이라고도 불립니다. 사용자가 참여해 현장을 중심으로 해결해 나가는 ‘사용자 참여형 프로그램’입니다. 융기원은 과학대중화 사업 일환으로 매월 포럼을 개최하고 있습니다. 아래는 지난 4월 19일 융기원이 주최한 제38회 융합연구 포럼에서 송위진박사(과학정책기술연구원)가 발표한 '리빙랩의 이해'를 보완, 정리한 것입니다. 

 


사진: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홈페이지

 

1. 리빙랩은 어떻게 등장했나?

첫째는 혁신정책을 보는 프레임이 과거와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경제성장‘만이 혁신의 목표였지만, 이젠 '혁신이 어떻게 삶의 질을 높일것인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가능하게 할것인가'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아울러 정책 영역도 특정 부문만의 정책에서 여러 영역과 관련된 정책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혁신에 참여하는 주체 또한 과거에는 과학기술계-경제계 만이었다면 이젠 사용자와 시민사회가 직접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둘째는 기존 혁신 정책을 성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엔 '많고 빠른 혁신'만 우대됐습니다. 하지만 '좋은 혁신이란 뭔가, 어떻게 시민을 참여시킬 것인가‘하는 질문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또 ‘혁신이 어떻게 사회문제 해결에 이바지할 것인가’라는 문제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즉 혁신의 방향(Normative Turn, 규범 전환)에 대한 질문과  혁신정책을 세우는 과정에서 기존 혁신 정책 수단을 재해석하는 것이 새롭게 강조되었습니다. 리빙랩을 설명할 때 가장 대표적으로 이야기되는 사례는 덴마크의 에그몬트 장애인 학교와 미국 MIT 공대에서 진행한 플레이스 랩입니다.

 

  • 조이스틱을 단 전동휠체어: 덴마크 에그몬트 리빙랩

에그몬트 학교는 장애인단체가 설립한 고등학교입니다. 일반학생들도 있습니다. 학생들이 4~10개월 정도 머물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습니다. 기숙학교인 이곳에서 공학자들이 학생들과 함께 살며 '에그몬트 리빙랩'을 운영했습니다. 장애인관련 연구기관도 참여했습니다.

이 리빙랩에서 혁신 사용자(innovative user) 강의를 진행했습니다. 강의 프로그램 일환으로 전동휠체어 회사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학생이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할 수 있는 조이스틱이 부착된 휠체어 아이디어를 내게 됩니다. 회사는 사업 가능성을 보고 리빙랩에 결합, 산학 공동으로 혁신 전 과정(개발-시험-개선)에 사용자를 참여시키게 됩니다. 제품개발 과정에서 인류학자를 참여케 해 학생들이 게임을 어떻게 수행하는지 관찰해 제품 개선을 하는 등의 활동으로 리빙랩을 더욱 확대했습니다.

 

  • 리빙랩 전개과정: 미국 MIT 플레이스 랩

‘리빙랩’이라는 개념을 정식으로 정립해 처음 제시한 사람은 미 MIT대의 미첼(W.Mitchell) 교수입니다. 그는 도시 거주자가 도시 계획과 설계에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 개념을 정립했습니다. MIT는 2004년 아파트를 지정해 거주자 행동을 관찰하는 플레이스 랩을 설치해 신기술과 디자인을 일상생활 공간에서 실험하고 평가하는 연구공간으로 삼았습니다. 여기에서 사용자는 주로 관찰 대상이란 의미가 강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유럽(EU)에서는 미국과 달리 최종사용자가 단순한 관찰 대상이 아니라 혁신활동의 중요한 주체로 등장합니다. 즉 유럽에서 리빙랩은 상향식으로 전개된 일종의 사회 운동 성격을 가지게 됩니다. 사용자 참여, 혁신 친화적 환경, IT 하부구조, 중소기업 활성화 등이 강조되는 북구지역 전통과 결합하면서 리빙랩이 개념을 확장한 것입니다.

 

2. 리빙랩의 정의

이와같은 발생 배경을 종합해 볼 때 리빙랩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지역사회 커뮤니티에서 공공, 기업, 시민이 협력해 일상생활 문제를 해결하는 참여형(개방형) 혁신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빙랩에서 최종 사용자(End User)와 시민은 연구개발 기획-개발-실증 과정에 모두 참여합니다. 최종 사용자를 혁신 주체로 참여시켜 그들 요구를 반영하고 능력을 활용토록 합니다. 즉 리빙랩이란 사용자 주도형 개방형 혁신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한편 리빙랩은 민간-기업-학교 연구기관이 협력해 혁신 활동을 수행하는 4P (Public- Private - People의 Partnership) 플랫폼입니다. 학교, 공장, 아파트와 같이 연구실이 아닌 실제 생활 세계(real life setting)를 리빙랩으로 설정해서 민-산-학-연이 혁신활동을 수행합니다.

 

3. 리빙랩이 왜 필요한가

첫째로 우리는 흔히 제품(상품개발)을 개발하는 주체가 민간 기업이므로 기업은 늘 사용자 니즈에 민감할 것이라고 전제합니다. 하지만 자기 제품을 제작해 온 관성 탓에 최종 사용자가 가진 수요가 정작 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둘째는 최종사용자 조차  자기 요구를 구체화하지 못하는 일도 있습니다. 제품 개발에서 직접적 주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셋째로 기술도 매우 유동적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접해도 이노베이터의 딜레마(경영 상태가 좋은 회사들이 신기술이나 신규 비즈니스 모델에 맞닥뜨리면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을 맹렬히 고수하면서 발 빠른 변화를 하지 못하는 현상)에 발목이 잡히기도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어떤 아이템을 사업화하기 위해서는 기술공급자, 기술사용자, 최종사용자가 공동작업(co-creation)으로 수요를 구체화하고 기술을 구체화할 필요가 대두됩니다.

한편 우리나라 처럼 후발 산업국가가 기술 능력이 축적되면 모방하거나 추격할 대상이 사라집니다. 이에 따라 스스로 새로운 기술 궤적을 형성하는 혁신 활동을 해야합니다. 이를 “탈추격 혁신”이라고합니다. 이렇게 시장과 기술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탈추격혁신을 할 필요성, 그리고 문제 해결형 혁신에 대응할 필요성으로 인해 리빙랩이 대두하게 됩니다.

 

4. 국내의 리빙랩 진행 사례는?

  • 과기부: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개발 사업

미래창조과학부(옛 과기부)는 2015년 작성 자료에서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 개발 사업에 대해 아래 표와 같이 정리했습니다. 여기에서 AS-IS 항목은 기존 연구개발을, TO-BE 항목은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을 나타냅니다. 예컨대 연구 과제를 기획할 때도 기존이 기술중심 과제기획이라면 현장 수요를 반영하는 사회기술 통합 기획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과물에 대한 평가 역시 논문이나 특허 등 기술적 평가 중심에서 열린 평가단을 운영하는 등 사회적 평가가 중심이 됩니다. 이런 비전 하에 과기부는 사업과제 선정을 위한 공고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개발 활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합니다.

 


   출처: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제38회 융합연구포럼 자료집

 

  • 사례1. 환경미화원 안전복

환경미화원 안전복은 사회문제 해결형 기술개발 사업으로 2016년 과기부가 주도한 사업입니다. 주된 목적은 야간 작업자에게 빈번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장비를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LED 안전복을 제작한 연구팀은 환경미화원들이 주는 피드백에 진땀을 뺐다고합니다. 전세계 환경미화원 안전복 디자인을 찾아보고, 환경미화원들의 실제 동작을 시뮬레이션으로 돌려 보았습니다. 그런 후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위치에 조명을 달고,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잘 휘는 소재로 케이블 소재를 바꾸는 등 여러 연구를 진행합니다.

여러 전문가가 그룹도 참여합니다. 의류학과에서는 적절한 의류 소재와 제작을 맡고, 전기공학과는 LED 조명을 제작하는 식이었습니다. 보급과 검증은 시민사회 측(협동조합)에서 맡고 제품 개발에는 서울시 성동구와 세종시 환경미화원들이 참여해 제품을 개발했습니다.

 

  • 사례2. 김윤택 교수팀 안저카메라

이대 목동병원 안과의인 김윤택 교수팀 사례입니다. 과기부가 2017년 추진한 ‘국민생활연구 진흥방안’의 대표사례입니다. 안저(eyeground)란 눈 동공을 통해 안구 안쪽을 들여다보았을 때 보이는 부분인 망막 및 망막 혈관 등을 일컫는다고 합니다. 안저 상태를 촬영하는 카메라가 안저카메라인데, 기존 안저 카메라는 8000만 원에서 1억 원을 호가합니다. 따라서 사회적 약자들이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이에 사회복지사와 한 팀을 이뤄 다니는 방문간호사들이 사용하기에 쉬우면서도 저렴한 안저카메라를 개발·보급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 카메라 개발에는 한국망막학회 회원 대상 설문조사,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이 진행한 성능평가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했습니다. 그 결과 제품이 개발되고, 휴대용 안저 카메라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촬영을 통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

 

  • 사례3. 에너지 기술 수용성 제고 및 사업화 촉진사업

이 프로젝트는 산업부 주도 사업으로, 이미 개발됐으나 제대로 보급되지 못한 에너지 기술을 선정, 사용자 참여로 보급 성공률을 높이는 사업입니다. 이런 에너지 기술로는 전기차 충전시설, 도서 지역의 마이크로 그리드 등이 있습니다(마이크로 그리드란 기존 전력망에 IT를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한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 정보기술을 접목해 에너지 효율을 최적화한 차세대 지능형 전력망인 스마트그리드를 소지역 특성에 맞게 적용한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해당 에너지 기술이 가진 문제점을 경험한 실제 사용자를 포함해 다양한 이해 관계자들로 팀을 구성했습니다.

 

  • 사례4. 성대골 도시지역 미니태양광 리빙랩 사업

에너지기술평가원 지원으로 서울 성대골 에너지자립마을(동작구 상도  4동)에서 2016~2017년에 진행했습니다. 프로젝트 목표는 지역주민 입장에서 전문가와 함께 문제점 대안을 검토해 미니태양광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여기서도 역시 시민사회(마을닷살림협동조합), 기업(마이크로발전소), 대학(연대 지속가능한 도시전환연구실)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했습니다.

진행결과 두 가지 혁신적인 상품과 금융 서비스('미니태양광 DIY 상품'과 '우리 집 쏠라론')가 나왔습니다. 다만 제도 장벽과 관련 기관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성대골 지역에서만 활용될 뿐 퍼지지 못하고 있는 아쉬움이 있다고합니다.

 

  • 사례5. 성남 고령친화 종합체험관 R&D 지원센터

이 사례는 시니어 제품 실수요자에게 체험기회를 주고 이를 제품개발에 반영하는 순환 구조를 구축한 성남시 사례입니다. 조직화한 사용자그룹(어르신들)을 기반으로 제품을 기획하고, 사용자가 시험 실증을 추진한 사례입니다. 사용자직접 실증하므로 사업화 가능성이 커지게 됩니다. 아울러 수입제품에 의존해온 실버산업을 국내화하기 위한 시험대(테스트베드)라는 의미도 가집니다.

여기에서 진행한 제품 중에 예컨대 자동기립형 비데가 있습니다. 이 경우 처음에 비데에 안전 손잡이와 팔걸이를 설치했지만 실수요자들인 어르신들은 '잡고 일어날 힘도 없다'며 퇴짜를 놨다고합니다. 많은 시행착오 결과 볼일을 본 후  비데 안쪽이 서서히 올라오는 방식을 고안해 후한 평가를 받고 민간업체를 통해 사업화 됐습니다.

 

5. 리빙랩 운영의 구성요소

기술 개발 단계는 아이디어발굴-개념화-프로토타입(시제품) 개발-출시 단계로 이뤄집니다. 이 과정은 리빙랩 단계에 맞물려 진행됩니다. 한편 리빙랩 단계는 탐색-실험-평가 계로 이뤄집니다. 예컨대 시제품 개발 단계에서 리빙랩 실험 단계가 조응합니다. 단계별 구체적 수행활동은 아래 표를 참조바랍니다.


출처: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제38회 융합연구포럼 자료집

 

요컨대 리빙랩은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과학기술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천착하면서 새롭게 등장한 혁신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근본적 질문을 중심으로 경기도와 서울대가 공동 출연해 새롭게 출발한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이 의욕적인 연구 및 포럼 등 대중화활동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고무적입니다. 이후 행보가 기대됩니다.

필자 김진욱: 인포허브, 네오엠텔 등 모바일 솔루션 및 컨텐츠 업계 19년 근무. 2019년 현재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에 비상임 이사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프로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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