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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사실공표죄' 문제점 심층 토론, 국회서 열려...이재명 지사 2심 사례 논의

■ 정성호 "수백만 유권자 선택한 공직자를 100만원 벌금형으로 쫓아내는 게 법치주의인가"
■ "'포지티브 규제' 현행법이 언로 막아...조속 개정 필요"
■ 김한정 "충분한 후보자 반론권 보장해 유권자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해야"
■ 김용민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지만 (공직) 박탈 (권력)은 법원·검찰서 나와"...시민사회에 경종
■ 학계 "선거법, 시민 입에 재갈 물려...공익이 검찰·사법부·선관위 의해 재단되는 판국"
■ "'적법한 행위 명시했어도 이를 유권자에 말 안했으니 위법'이라는 건 논리 모순의 극치"

  • 기자명 조용수
  • 입력 2019.10.02 23:35
  • 수정 2019.10.04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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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사실공표죄 제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1일 오전 정성호 의원(민주당·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 김한정 의원, 인권연대 등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 사진=조봉수 기자
'허위사실공표죄 제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국회 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1일 오전 정성호 의원, 김한정 의원, 인권연대 등의 공동주최로 열렸다. / 사진=조봉수 기자

(서울=조용수 기자) 수십만 또는 수백만명의 유권자가 짧지 않은 선거 유세기간에 후보자 평가 및 직접·비밀 투표 등을 거쳐 힘들게 선출한 공직자가 사법부의 판결에 의해 공직을 박탈 당할 수 있는 현행 법제도의 맹점을 신랄하게 따지는 토론회가 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허위사실공표죄 제도,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주최한 정성호 의원(민주당·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은 모두 발언에서 "국회 법사위에서 (직전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국감 때마다 판사에게 질의했었는데 100만원 벌금형만으로도 당선무효가 되는 현행법이 위헌은 아니라고 한다. 다수 유권자들이 힘들게 선택한 선출직 공직자를 100만원 벌금형을 빌미로 당선 무효 시키는 게 과연 법치주의인지 회의가 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선거법이 선거권·피선거권을 온전히 보장 못한다. 공직선거법이 허용된다고 규정한 것 이외에 것을 모두 규제하는 '포지티브 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언로(言路)를 막는 현행 선거법을 과감히 개정해, 선거법의 규제 조항 때문에 국민의 선택을 받은 선출직 공직자가 검찰·법원의 결정으로 불합리하게 공직에서 배제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밝혀 인권변호사 출신으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정성호 의원과 이번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같은 당 김한정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 허위사실 공표죄는 후보자의 피선거권 박탈 및 당선 무효가 가능한 매우 무거운 처벌"이라며 "제도적으로 후보자에게 충분한 반론권을 보장해 유권자가 정확한 정보를 알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인 류석준 영산대 교수는 "현행 형법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해 표현의 자유가 상당히 위축돼 온 측면이 있다"면서 "미국에선 정치 문제에 있어 사법적 판단은 자제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허위사실공표죄 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주최한 정성호 의원(오른쪽)과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희수 변호사 / 사진=조봉수 기자
'허위사실공표죄 제도,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를 주최한 정성호 의원(오른쪽)과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희수 변호사 / 사진=조봉수 기자

KBS라디오 시사프로 진행자인 김용민 평론가는 "당시 시청률 2%도 되지 않았던 해당 토론회가 선거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쳤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면서 "이 지사의 형님 입원 필요성과 과정의 정당성에 대해선 2심 주심 판사도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평론가는 "작년 지방선거 당시 허위사실공표죄로 당선무효형을 받은 공직자는 아무도 없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노옥희 울산교육감과 이재수 춘천시장의 혐의에 대해 법원은 무죄와 당선 유지 벌금형을 각각 선고했다"며 "중앙선대위 해석에 따르면 지금은 과거와 달리 판사들 사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장해야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김용민 시사평론가는 이어 "(만일 이 지사의) 2심 판결이 확정된다면 토론회는 후보자들의 무덤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면서 "방송 중 어떤 발언했는지 검·경찰이 들여다보고 특수한 상황에서의 (특정) 발언 자체를 판단할 경우, 선거민주주의는 타격 받을 수밖에 없다. 권력은 국민들에게 나오지만 박탈은 법원·검찰에서 나오는 격"이라며 법리를 꿰뚫는 논거를 제시했다.

한편 합동토론회 발언의 허용범위에 대해 사실 진술과 의견의 구별을 중심으로 발표한 서범석 변호사는 "합동토론회의 공방 속성과 기술, 특징에 대해 재판부가 고려하지 않은 게 아닌가 의문"이라면서 "연쇄적인 질의응답 과정에서 '말꼬리 잡기'가 횡행해, 상대방의 다음 공격에 대비한 수읽기로 전략적 답변을 해야 하는 속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 변호사는 "'그런 적이 없다'는 답변은 합동토론회 속성과 관련된 전략적 의미의 답변이었는데 이를 재판부가 너무 확대해석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피력했다. 또한 "이 지사의 답변이 '모두 답변'의 추상적 성격을 먼저 내비친 뒤, 다음 공방에서 더 넓은 맥락과 배경을 담아 부연하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를 재판부가) 너무 쉽게 사실진술로 본 것 아닌가 짐작된다"고 밝혔다. 

이어 토론자로 나선 조성대 한신대 교수는 "선거 공간에서 이뤄지는 모든 행위는 당선되거나 당선되지 않게 하는 행위이기에, 선거법 자체는 반드시 하지 말아야 될 것만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아주 간단히 작성되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볼 때 한국 선거법은 '누더기법·쓰레기법'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고 평했다. 

조 교수는 이어 "현재 선거법은 시민들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공익은 검찰과 사법부, 선관위에 의해 재단되고 있는 판국"이라며 "시민적 상식과 정치 위에 법이 군림하고 있는 '사법국가'의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촛불정부 이후에도 일상적으로는 표현의 자유가 많이 제약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회 좌장인 김희수 변호사는 마무리 발언에서 "판결문에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피고인은 적법한 행위도 다 말했어야 하나 이야기하지 않았으니 위법'이라고 말한 것"이라면서 "얼마나 대단한 모순인가. 앞과 뒤의 판결 자체가 이어지지 않는다. 적법한 행위라고 이미 명시했음에도 그 적법한 행위를 제대로 유권자들에게 말을 해야 했는데 안했으니 위법이라는 건 논리 모순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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