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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이재명 vs 앤드류 양...韓·美 기본소득 '전도사'

■ 앤드류 양, 아시안이라는 열세 딛고 주목 받는 민주당 대선 후보로 발돋움
■ 이 지사, '기본소득 전담맨' 이미지 굳히며 지지도 여론조사서 선전中
■ 닉슨, 보수주의 텃밭인 공화당서 기본소득 시도...실패했지만 유의미
■ 브레흐만, 31살 청년 사상가의 반란...기본소득 이론가 입지 확고

  • 기자명 전재형
  • 입력 2019.12.31 20:15
  • 수정 2020.01.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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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당 대선 후보 앤드류 양의 트위터 캡쳐

(경기=전재형 기자)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건(young gun), 대만계 미국인 앤드류 양에 대한 화제가 만발하다.

아직 바이든, 샌더스, 워런 등의 선두 후보군에 편입되진 않았으나 그가 화두로 던진 국민기본소득(UBI·universal basic income)이 수많은 미국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감흥을 일으킨 건 분명하다.

UBI는 18세 이상 모든 미국인에게 매달 1,000달러씩 무조건 지급하겠다는 내용이고, 이외에도 모든 미국 시민에 대한 무상의료(Free Medicare for all)와 인본자본주의(Human-centered capitalism) 등 세 가지 핵심 공약을 표방함으로써, 천민자본주의의 총아였던 지금까지의 미국 자본주의의 정체성에 사회민주주의적 요소들을 크게 가미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는 곧 국민 평균 수명, 약물 중독자 숫자, 정신적 건강 지수, 고등교육기관 졸업률 등의 웰빙 지표를 재조명함으로써, 세계 최강의 국력에도 불구하고 수천만 빈곤층의 의료·교육서비스 질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현저히 열악한 미국이 진정한 의미의 복지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뼈 때리는' 화두를 던진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 양 후보는 이러한 정책 방향에 긍정적 기여를 하는 기업엔 이에 걸맞는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한편 앤드류 양 후보의 '모든 미국인에게 1천달러 기본소득을'이란 개념이 이미 1969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주장했던 개념과 유사하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닉슨은 보수파인 공화당 소속인데다 임기말 '워터게이트 사건'이라는 오명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획기적인 수준의 연간 기본소득 보장 안을 마련했었으나 공화당의 반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메디케어, 헤드스타트, 소셜시큐리티, 환경보호사업 등에도 막대한 규모의 투자를 함으로써 사회적 화합과 경제적 안정을 지속할 수 있는 투자의 효과를 간파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앤드류 양 후보는 아직 선두권을 유의미하게 위협할만한 지지율을 기록하진 못했으나 실리콘밸리의 상당수 억만장자들과 유명 배우, 작가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다.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 우피 골드버그, ,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트위터 CEO 잭 도시, 레딧 창업자 알렉시스 오하니안 등이 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한편 이재명 경기지사는 2016년말 대선 후보 행보를 시작하면서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기본소득 정책의 시대적 필연성을 홍보하면서 '지역화폐'와 연계한 세부 정책 실천 등 가히 '기본소득 전도사'로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 지사는 31일 발표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낙연 총리(29.4%), 황교안 한국당 대표(20.1%)에 이어, 전월보다 0.4%p 오른 8.8%의 지지도를 기록하면서 3위를 유지해 선두권에 대한 '추입마'로서의 입지가 점차 강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2018년 7월 이 지사의 경기지사 취임 이후 전국적으로 기본소득 담론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에 따라 내년 2월 6일부터 사흘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경기도 주최로 열리는 '2020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는 올 4월 처음 열렸을 때의 성과를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두 정치가의 기본소득 개념이 한미 양국에서 상당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데다가 현실로 다가온 4차산업혁명 및 인공지능, 공장자동화 확산 등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 등이 한데 어울려 '공짜 밥은 국민을 게으르게 한다'는 보수주의적 고정관념을 케케묵은 '꼰대 마인드'로 여기는 사람들의 저변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수년간 세계 경제계에서 기본소득과 관련해 단연코 가장 핫하게 떠오른 사상가는 국제 경제계에 도발적인 화두를 던지면서 아마존 베스트셀러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Utopia for Realists)를 쓴 네덜란드 출신의 역사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뤼트허르 브레흐만(Rutger Bregman·1988년생)일 것이다. 

브레흐만의 주장의 핵심은 '주 15시간 노동, 보편적 기본소득, 국경 없는 세상' 등 한국의 현실과는 거리가 먼 얘기지만 그가 TED에서 했던 '모두를 위한 기본소득' 강연을 보면, 왜 실리콘밸리의 억만장자들이 그를 올해 초에 다보스 포럼으로 초대했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해준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에도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않는 신자유주의의 광풍으로부터 벗어난, 세계 경제의 안정적인 발전을 가져올 수 있는 경제 해법을 갈구하던 지각 있는 자본가들은 스위스 알프스의 다보스로 이 혜성 같이 출현한 사상가를 초대했다가 "자본에 대한 최고세율이 90%이던 2차대전 직후가 근현대 자본시장의 가장 안정적인 시기였다. 문제는 세금이고 나머지는 다 헛소리"라는 얘기를 들어야 했다.

브레흐만은 "기본소득은 국가 중장기 경제정책 중에서 가장 효율적인 정책"이라고 주장하면서 "기본소득으로 의료·교육 등의 필수 생활비 지출에 보다 더 여유롭게 대응하게 된 빈곤층은, 장차 국가가 이들을 위해 지출해야 할 의료비와 추가적인 교육비용의 상당부분을 선제적으로 훨씬 더 적은 비용으로 해결하게 되는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설파했다.   

한편 원외 정당인 노동당 출신 청년들이 주축이 돼 결성한 '기본소득당' 창당준비위원회는 지난 6일 이재명 지사와 경기도청에서 간담회를 가져 기본소득이란 주제에 대해 이 지사와 허심탄회한 대화를 한 시간 여 가진 바 있다. 

기본소득당은 내년 1월 19일에 창당대회를 열기로 해, 기본소득 화두가 내년 4월 총선에서 어떻게 펼쳐질지에 대한 기대를 예전보다 더 크게 가질 만한 분위기가 전방위적으로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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