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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한담 - 범 내려온다 와 흥선대원군

  • 기자명 미디어협동조합 시그널
  • 입력 2021.01.25 13:37
  • 수정 2021.02.0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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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내려온다>와 흥선대원군

근래 가장 핫한 동영상중 하나가 이날치 밴드의 한국소개 영상이다. 판소리와 우리 음악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춤으로 한국관광공사와 콜라보를 하여 <범 내려온다>로 전 세계를 열광시키고 있다.

암튼 이들이 별주부전을 각색하여 음악을 하고 있는데 별주부전의 유래는 판소리 수궁가이다. 별주부, 자라 별(), 벼슬 주부(主簿), , 주부 벼슬에 있는 자라의 인생역전할 뻔한 이야기이다. 조선시대 주부는 종6~8품이다, 실무자급으로 현재로 본다면 6급 주사, 주무관정도에 해당될 것이다.

주변에 물어보면 토끼와 거북이의 간을 둘러싼 이야기로 대략의 줄거리를 알고 있지만, 실제로 별주부전 원문을 읽은 사람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 원문으로 유명한 것은 판소리의 수궁가이다. 수궁가의 사설이 소설로 변화하여 별주부전, 토생전 등 다양한 판본이 존재한다.

원문을 읽어보면 재미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용궁의 각종 벼슬이 등장하는 데, 거북이는 승상, 승지는 도미 등등 하다가 주서(注書)는 오징어가 맡고 있다. 주서는 승정원의 기록을 담당하는 청요직으로 사관의 역할도 했다. 궁에서 무엇이든 적는 주서를 오징어가 맡은 이유는 분명하다. 오징어는 항상 먹물을 지니고 다니기 때문이니 ^^, 이 얼마나 재미있는 관직 배치인가?

용왕이 병이 걸렸다. 해구신도 먹이고 풍천장어를 먹여도 별 효과가 없어서 토끼간이 좋다고 한다. 누가 토끼를 잡으러 갈 것인가? 수염난 메기는 이런 문제, 옆으로 걷는 꽃게는 저런 문제, 조개는 어부지리가 문제, 이러쿵 저러쿵 갑론을박 중에 결국 별주부가 등장, 자원한다.

발도 넷이고, 힘도 쎄고, 실무능력이 뛰어나니 발탁이 되었다. 그러나 토끼를 본 적이 없다. 그림 한 장 그려달라고 하니, 승상 거북이를 뒤집어 벼루로 삼고, 주서 오징어의 먹물로 그림을 그렸다. ^^.

이제 먼 길을 떠나야 한다. 자라 모친이 걱정이 돼서 한마디 한다. <너의 아비가 식탐이 많아 인간의 낚시에 넘어가 내가 홀로 너를 키웠는데...... 조심하라 아들아>

별주부는 기혼자라 부인도 있다. <내가 먼 길을 떠나는 데, 걱정이 되는 것은 늘상 부인의 미모를 흘낏거리던 옆집의 남생이가 걱정되니, 조심하시오^^> 집안 단도리를 마친 자라의 출사과정이다. 비록 별생역전은 실패했으나 혹시 기회가 되면 수궁가나 별주부전의 원문을 읽어보시면 색다른 재미를 느끼게 된다.

판소리의 역사중 19세기 최대의 판소리 후원자는 흥선대원군이었다. 고종의 등극으로 실권을 잡기 이전부터, 중인, 서얼 출신들과 밀접하게 교류했고, 풍류를 즐겼던 대원군의 총애를 받은 이들이 가곡원류의 박효관, 안민영 등이고, 이들의 주 무대가 경복궁 서쪽, 지금의 배화학교 부근이었다. 특히 운현궁에는 박유전 등의 명창이 기거하며 대원군의 후원을 받았는데, 이들의 앞세대가 철종 때의 명창 이날치이다. 비록 대원군은 정치적으로 몰락했으나 그의 후원은 조선후기의 판소리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흥선대원군의 존재감을 경복궁 중건에만 묶어놓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날치 밴드는 이 이름을 따왔다.

과거 옛 사람들의 흥과 삶의 동반자이던 판소리의 맥은, 서편제니 동편제니 하며, 끊길 듯이 이어져와 <범 내려온다>로 다시 새로운 부흥의 시대를 열고 있으니, 출처 분분명한 트로트 광풍의 시대에 그래도 우리 흥과 우리 가락의 맛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토끼의 간이 왜 명약일까?

토끼는 방향으로 묘방(卯方)이니 아침 햇살의 양기를 받고, 달에 가서 방아를 찧으니 월궁(月宮)의 음기를 섭취하여 음양의 모든 기운을 고루 가지고 있다. 음양의 모든 기운의 총화인 토끼, 그러니 그 간은 최고의 특효약이다. 그래서 경복궁 근정전의 동쪽(묘방)에 토끼가 있고, 교태전 뒤에는 월궁의 석연이 있다. 한방에서는 목속간(目屬肝)이라 하여 간이 건강해야 눈도 밝다고 한다. 토끼 간은 아닐지라도 간 건강에 힘쓰면서 세상을 총명하게 판단할 눈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현진- 우문현답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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