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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과 수자리

  • 기자명 미디어협동조합 시그널
  • 입력 2022.02.05 08:24
  • 수정 2022.02.0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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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의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초롱초롱하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연출해 낸 눈꽃의 향연은 예상치 못한 성화 점화의 불꽃과 더불어 눈송이와 불의 향연이 어우러진 장예모 감독의 끊임없는 재해석이 탄생시킨 한편의 영화었다.

밤사이 나온 기사들을 보니 이 아름다운 개막식 연출은

이백(李白)의 ’燕山雪花大如席(연산에 내리는 눈꽃의 크기는 방석 같다)‘라는 시구와 ’No two snowflakes the same (서로 같은 두 개의 눈송이는 없다)‘ 이라는 서양속담에서 영감을 얻어 장예모 감독이 재해석을 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커다란 눈꽃 방석과 하트로 표현해놓은 아름다운 영상에 비해 이백의 ’燕山雪花大如席‘은 고통스런 백성의 삶을 표현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백(李白)은 ‘북풍행(北風行)’이라는 시에서 당나라 현종(玄宗) 당시에 수자리(군사적으로 변방을 지키는 일) 사는 군사들의 시름을 읊으며 

‘연산의 내리는 눈꽃이 큰 것은 방석만 한데, 

조각조각 헌원대 위로 떨어지네.(燕山雪花大如席 片片吹落軒轅臺) 라고 했다.

살을 에는 혹한의 북경 날씨에 멀리 최변방까지 와서 병역의무를 해야 했던 백성들의 시선에서 본다면 하늘에서 방석만한 눈꽃이 떨어지는 것은 결코 낭만적일 수가 없다.

오죽하면 ’하루 밤에 만리장성을 쌓는다‘는 야담이 있는 것처럼 강제로 군역과 노역을 했던 백성들의 피눈물의 상징이 수자리이다.

강원도에서 군대 생활을 했던 이들에게 쏟아지는 눈은 얼마나 고역스런 낭만폭탄이었던가.

수자리는 수역(戍役)으로 변방을 지키는 일을 의미하고, 조선왕조실록에도 수자리로 인한 고통과 논쟁이 여러 기사로 등장한다.

고통의 상징 ’연산의 방석만한 눈꽃‘을 ’낭만적인 연꽃의 숲‘으로 형상화해낸 재해석,아름다운 개막식을 위한 수개월의 반복된 연습은 또 하나의 수자리였을까?

상상력은 죄가 없으며 창의력이야말로 21세기의 힘이다.

연산(燕山)은 북경에서 북쪽으로 90km정도 떨어진 해발 2천미터 상당의 만리장성 지역이다. 자금성의 건축에 사용된 상당한 옥석이 공급된 곳이기도 하며, 명(明)13릉의 배산이기도 하고, 친청감옥(秦城监狱)이라는 중국 정치범을 가두는 철옹성 감옥이 그 남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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