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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발명품 플라스틱, 이제는 지구를 뒤덮는 암적 존재

가볍지만 단단하고, 가공이 쉬워 어디든 활용하기 쉬운 플라스틱.
​자연의 구원자로 태어나 160년만에 인류의 생활을 바꾸어 놓은 플라스틱!

  • 기자명 정석균 에너지/환경 전문기자
  • 입력 2023.02.2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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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없이 살 수 있을까? 플라스틱은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대부분의 물건에 사용되고 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불린다. 플라스틱은 인류의 생활방식을 송두리채 바꾸었다.

위대한 발명품, 플라스틱

​플라스틱(plastic)은 쉽게 원하는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다는 의미의 그리스어 플라스티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다. 본뜨기, 누르기, 밀어내기 등의 방식으로 다양한 형태를 만들 수 있다. 또한 필름, 섬유, 접시, 튜브, 병 등으로 변신할 수 있다.  

다른 재료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제조가 쉬우며, 다양한 형태로 활용된다. 때문에 플라스틱은 샴푸 통에서 우주 로켓까지 아주 넓은 범위에서 사용되고 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다.

‘플라스틱 시대(Plastics Age)’라고 할 정도로 우리 생활을 지배하고 있다. 특히 편리함 때문에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플라스틱이 널리 퍼지면서 심각한 환경문제를 유발했다. 

 

플라스틱은 주로 석유에서 추출한 합성 화학물질로, 탄화수소(탄소와 수소 원자 고리)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Polymer(고분자화합물)이다. 기본 분자인 단위체(단량체, monomer)가 계속 결합되어 사슬이 긴 모양으로 바뀐다.

(그림1) 고분자 물질의 합성 결과 (Ethylene monomer와 Polyethylene)
(그림1) 고분자 물질의 합성 결과 (Ethylene monomer와 Polyethylene)

고분자 물질은 단위체의 특성에 따라 선형, 브랜치 구조, 망상구조 등 다양한 형태를 갖는다. 

(그림2) 고분자 물질의 전형적인 구조. (출처: ascensionsciences.com)
(그림2) 고분자 물질의 전형적인 구조. (출처: ascensionsciences.com)

고분자 물질은 가루 형태로 생산되며, 가공이 쉽게 하기 위해 비드 형태로 만들어(formulation) 가공업체에 공급된다.

(그림3) 페트병의 원료인 Polyethylene Tephthalate의 구조식과 파우더
(그림3) 페트병의 원료인 Polyethylene Tephthalate의 구조식과 파우더

플라스틱의 역사 [2]

1860년대 플라스틱은 당구공의 원료인 코끼리 상아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당구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되면서 상아의 가격이 치솟고, 코끼리가 멸종위기에 처했다.

19세기 초 나무나 돌을 깎아 만들기 시작한 당구공은 19세기 중반부터 상아로 제작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아 당구공은 너무 비싼 데다가 잦은 재가공이 필요했고 칠수록 공이 작아지는 단점이 있었다. 게다가 피아노 건반이나 보석 등 상아의 수요가 급증하자 당구공 가격이 치솟기 시작했다.

​상아 당구공의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미국 뉴욕의 당구 용품 제조회사에서 상아 당구공을 대체할 소재 개발에 1만 달러 현상금을 걸기도 했다.

​독일 출신 인쇄업자인 존 웨슬리 하얏트(John Wesley Hyatt)는 새로운 재질의 당구공 만들었다. 나무를 말려 가루로 만든 것과 물에 불린 종이, 헝겊, 아교풀 등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 반죽을 압축해 당구공과 비슷한 모양 제작에는 일단 성공했다. 하지만 상아 당구공처럼 단단하지도, 묵직하지도 않아서 실패하고 말았다.

​거듭되는 실패에도 불구하고 실험을 거듭한 하얏트는 천연 셀룰로스에 질산을 반응시켜 인류 최초의 플라스틱인 셀룰로이드(celluloid)를 발명해냈다. 셀룰로이드는 폭발성 때문에 당구공으로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주사위나 단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이면서 셀룰로이드는 하얏트를 돈방석에 앉혀 주었다.​

1880년대 - 할리우드 열풍의 주역, 플라스틱

초기의 영화 필름은 종이로 만들어졌다. 종이는 쉽게 훼손되기 때문에 보존하기 어렵고, 영사기에 걸기도 쉽지 않았다. 1889년 종이 필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조지 이스트만(George Eastman)은 투명 셀룰로이드 필름 롤을 개발했다. 플라스틱 필름은 내구성이 뛰어나고, 외부 충격에 의해 깨지지 않고 늘어나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영사기에 돌려 실제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

​1900년대 - 천의 용도를 지닌 신소재, 최초의 합성 수지 베이클라이트의 등장

최초의 인공 합성수지인 베이클라이트(Bakelite)는 과학자 베이클랜드(Baekeland)에 의해 개발되었다. 베이클라이트는 페놀과 포름알데히드를 축압해 내열성과 전기절연성, 내약품성이 뛰어나다. 그야말로 어떤 환경에서도 버티는 ‘천의 용도를 지닌 신소재’다. 1944년 베이클라이트가 폴리에틸렌 비닐을 대규모로 생산하기 시작하며 포장과 운송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었다. 또한 통조림 캔, 멸균 팩의 내부에도 플라스틱을 코팅 처리해 식품을 보다 오래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

​1940년대 - 플라스틱을 활용한 식품 보관

1946년 얼 타파(Earl Tupper)는 일반 가정에서도 음식을 보관할 수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개발했다. 당시 발견된 지 얼마되지 않았던 플라스틱은 다소 미끄럽고, 특유의 냄새가 났다. 얼 타파는 이러한 플라스틱을 실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내구성과 심미성을 개선해 가정용 플라스틱 용기를 개발했다. 효과적으로 밀봉해주는 플라스틱 용기 덕분에 음식을 위생적으로 오래 보관할 수 있게 되었고, 음식물 쓰레기의 양도 크게 줄일 수 있었다.

​1950년대 - 사랑은 노래를 타고, 노래는 플라스틱을 타고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하기 전까지 라이브 연주만이 유일한 음악 감상 방법이었다. 1877년 에디슨이 축음기를 발명했고, 1948년 콜롬비아사(미국)에서 공개한 플라스틱 비닐 LP판은 레코딩 대량 생산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PVC(폴리염화비닐)를 이용한 LP판이 개발되면서 드디어 음악이 대중화되었다. 카세트테이프, CD 등 플라스틱을 활용한 더 작고 가벼운 기기의 등장으로 음악은 대중의 공유물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되었다.

​1960년대 - 플라스틱과 함께한 인류의 위대한 도약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할 때 암스트롱이 입고 있었던 우주복 또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우주복은 폴리에틸렌계를 비롯한 총 21가지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달의 혹독한 추위와 우주방사선으로부터 우주비행사를 지켜주었다.

플라스틱은 의료 분야에서도 필수적이다. 병원에서 늘 사용되는 주사기나 수액팩부터 병원균에 의한 감염을 막기 위한 일회용 수술 도구에도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플라스틱으로 인공관절이나 인공혈관을 만들기도 하고, 폴리우레탄으로 인공심장을 개발해 이식에 성공하기도 했다.

다양한 플라스틱 종류

대부분의 플라스틱에는 재료 자체 성능을 향상시키거나, 생산 비용을 줄이기 위해 유기 또는 무기물질이 첨가된다. 첨가제의 양과 용도에 따라 플라스틱의 종류가 다양하다.

​플라스틱은 열과 압력을 가하면 모양과 기능을 마음껏 조절할 수 있다. 많은 종류가 있으며, 열을 가해서 재가공이 가능한지에 따라서 열가소성 플라스틱과 열경화성 플라스틱으로 나눌 수 있다.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100℃ 이상으로 가열될 때 녹거나 분해된다.

​열가소성 플라스틱은 열을 가하면 쉽게 녹아 성형이 수월하다. 몇 번이고 열을 가하여 녹이고 식힐 수 있다. 재활용이 가능하다. 전 세계 80%의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되며 형태를 쉽게 변형시킬 수 있는 열가소성 플라스틱이다. 열가소성 플라스틱(이하 플라스틱)은 그 구조와 특성에 따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분류할 수 있다. 그에 따라 특정 이름 혹은 숫자로 표기되어, 상품 위에 인쇄한다. [1]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상호 교차 및 불가역적 결합이 된 폴리머다. 열을 가하면 딱딱해져서 성형이 어려운 플라스틱을 말한다. 열경화성 플라스틱은 한 번 결합하면 다시 녹일 수 없으며, 처음 만들어진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다. 그래서 열경화성 수지 플라스틱은 재활용할 수 없다. [1]

대표적인 플라스틱의 특징

(1) PET (Polyethylene terephthalate)

PET는 생수나 탄산음료 병으로 사용되는 단단하고 투명한 플라스틱이다. 빗, 가방, 토트백, 카펫, 밧줄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된다. 가장 많이 재활용되는 플라스틱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실의 형태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옷을 만들기도 한다. 다만 PET는 다루기 까다로운 재료다.

(2) HDPE (High-density polyethylene)

HDPE는 주로 음식이나 음료의 용기로 사용된다. 우유병, 엔진 오일통, 샴푸통, 비누통, 세제통, 표백제통, 장난감 및 병뚜껑으로도 쓰인다. 수집, 분류 및 세척 방법이 비교적 쉽다.

(3) PVC (Polyvinyl chloride)

​PVC는 독성이 강해 잘 사용하지 않는 재료. 주로 배관 파이프를 만들 때 사용하지만 열을 가하면 유독 물질인 염화물을 방출된다.

4) LDPE (Low-density polyethylene)

LDPE는 랩, 샌드위치 싸개, 짜서 마실 수 있는 병, 비닐 봉지 등을 만드는 데에 주로 사용된다. LDPE는 표기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너무 얇고 가벼워 깨끗하게 세척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재활용이 잘 되지 않는 플라스틱 중 하나다.

(5) PP (Polypropylene)

​PP는 마트에서 가장 흔히 보이는 플라스틱. 튼튼하며 고온에서도 끄떡없다. PP는 용도가 다양하지만 식품 저장용 용기, 요거트 용기, 시럽 병 등과 같이 음식과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제품에 사용된다.

(6) Polystyrene

​PS는 스티로폼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고 다른 제품을 만드는 데에도 활용된다. 재활용이 가능하나 효율성이 낮은 편에 속한다. 재활용 과정에 많은 에너지가 쓰인다. 일회용 커피 컵, 식료품 용기, 플라스틱 수저 및 포장재 등은 PS로 만든다.

(7) 혼합 플라스틱

​ABS, 아크릴산 수지, 폴리카보네이트 같은 위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플라스틱이다.

지구의 암적 존재, 플라스틱 폐기물

 

인류의 생활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플라스틱이지만 자연상태에서 300년 이상 썩지 않는다. 용도를 다한 플라스틱은 땅 속에 묻혀 있거나 강과 바다를 오염시킨다. 

플라스틱 페기물로 덮인 산
플라스틱 페기물로 덮인 산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이 해류에 밀려 거대한 섬을 이룬다 (출처: Facebook 'Architecture & Design')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이 해류에 밀려 거대한 섬을 이룬다 (출처: Facebook 'Architecture & Design')
불법 투기된 바닷속 쓰레기. (출처: Facebook 'Architecture & Design')
불법 투기된 바닷속 쓰레기. (출처: Facebook 'Architecture & Design')

기업은 플라스틱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면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소비자의 시선을 끌기 위해 만든 포장재는 애당초 단 한 번 쓰고 버리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그것이 어떤 영향을 낳을지는 대한 고려는 없다. 폐기물 문제가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일회용 플라스틱의 해양 오염, 그리고 땅과 바다의 생태계 위협이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물고기 및 야생동물의 몸 속에 축적되는 미세플라스틱 문제, 플라스틱에 포함된 독성화학물질의 확산 등도 전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 그리고 플라스틱 오염을 해결하기 위해 뭐든지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중이다. 각국 정부와 기업도 속속 ‘일회용과의 전쟁’에 동참 의사를 밝혔다. [6]

500년간 썩지 않는 플라스틱, 생명체에 몸에 축적되는 미세 플라스틱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플라스틱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다. 우선 일회용품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

기업들의 존재 목적은 돈을 버는 것이다. 양심을 기대하지 말자. 착한 기업인척 하는 것 역시 좋은 이미지를 이용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한 것이다. 기업가 개인의 인격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의 무서운 속성을 벗어날 수 없다.

기업들이 생분해되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데 투자를 하게 하려면  과징금을 물리는 것이 최선이다. 플라스틱 생산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고, 일회용품을 제공하는 샵이나 업소에도 벌금을 물려야 한다.

[참고자료]

  1. 플라스틱의 기초(https://ppseoul.com/thebasicsofplastic)

  2.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그리고 위험한 발명품 플라스틱GS칼텍스 2022/6/24

  3. 열가소성 및 열경화성 플라스틱의 종류, GUNNET

  4. 열가소성 및 열경화성 플라스틱의 종류, 유앤아이기술

  5. <플라스틱 대한민국-일회용품의 유혹> (2019), 그린피스코리아

  6. Theresa May targets plastics in war on ‘throwaway culture , January 2018; Finanacial Times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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