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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 - 종묘의 절규

- 삼일절 기념사를 듣고

  • 기자명 미디어협동조합 시그널
  • 입력 2023.03.02 12:53
  • 수정 2023.03.02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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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의 절규

조선왕실의 사당, 종묘에는 방문할 때마다 살펴보는 연지의 향나무가 있습니다.

 

저 나무를 볼 때마다 전 늘 뭉크의 절규를 떠올립니다.

닮았는지는 개인의 관점에 맡깁니다만.^^

 

사실 뭉크의 절규는 화가 본인 만큼이나 도난 등 많은 시련을 겪은 그림이기도 합니다.

많은 이들의 오해는 그림의 주인공이 절규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은 다른 이들의 절규를 듣지 않기 위해 귀를 막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 그림에 대해 뭉크는 나는 자연을 뚫고 나오는 절규를 느꼈다. 실제로 그 절규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라고 말합니다.

누군가는 미국 공포영화 스크림의 마스크를 닮았다고도 하지만 저는 늘 뭉크를 떠올립니다.

 

어쨌든 뭉크의 절규 못지않게 종묘의 나무도 절규의 소리를 들었을 겁니다.

1592년 임진왜란 때 종묘에 주둔한 일본군 사령관 우키다를, 200년간 왕조의 정신적인 토대였던 종묘는 견딜 수가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날 그 종묘의 절규에 우키다는 쫓겨나면서 종묘에 불을 질렀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1910년의 경술국치, 조선왕조의 마지막을 또다시 종묘는 피맺힌 절규로 보냈을 겁니다. 누군가는 그 소리에 귀를 막았다면, 누군가는 귀를 기울이고, 누군가는 거리로 뛰어나갔습니다.

그 거리로 뛰어나간 국민의 당당한 걸음이, 바로 191931일이었습니다.

3.1 운동 이후 이완용은 3차례에 걸쳐 <3.1 만세운동에 대한 경고문>을 매일신보에 게재합니다. 그중 530일 자에는

-역사적으로 당연한 운명과 세계적 대세에 순리 하여 동양평화가 확보되는 것이 조선 민족의 유일한 활로

<일한병합으로 말하자면 당시에 안으로는 구한국의 사세와 밖으로는 국제관계로 천사만량할지라도 역사적으로 당연한 운명과 세계적 대세에 순리 하여 동양평화가 확보되는 것이 조선 민족의 유일한 활로이기로 단행됨이요, 또한 지리상으로 말하자면 일한 공동의 이해와 공동의 존립을 위하여도 순치보거의 접밀한 관계가 있어 양국이 흥망성쇠를 같이 하자는 정신으로 단행된 것인즉> 라며 만세운동을 멈추고 한나라가 된 것을 찬양하라 강요합니다.

그리고 어제 대통령의 삼일절 기념사의 내용입니다.

-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협력 파트너

<3.1운동 이후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일본은 과거의 군국주의 침략자에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안보와 경제, 그리고 글로벌 어젠다에서 협력하는 협력 파트너로 변하였습니다.

특히, 복합 위기와 심각한 북핵 위협 등 안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한미일 간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우리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하고 협력하여 세계시민의 자유 확대와 세계 공동의 번영에 기여해야 합니다.>

절규100년전 이완용의 글이 데자뷰가 됩니다.

여전히 아무것도 반성하지 않고, 인정하고 있지 않은 나라를 상대로, 31일에 말해야 할 내용은 아닌 듯합니다.

 조선은 임진왜란을 겪고 나서 60년마다 임진왜란을 기억하는 행사를 해왔습니다. 영조, 고종 때도 심지어 1952년 한국전쟁의 와중에도 충무로에서 임진란 6주갑(360) 행사를 했습니다.

 

기억은 사라져도 상처는 남습니다. 그 상처를 어루만지고 다시 기억하는 일은 더더욱 중요합니다. 기억해야만 반복되지 않고, 기억해야만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다시 종묘의 절규를 떠 올립니다.

피맻힌 종묘의  절규가 아닌 오락영화의 한 장면으로 비칠 그날이 올는지.

- 우문현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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