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미디어협동조합 시그널

본문영역

시그널TV산책 - 드라마 연인

- 병자호란의 참혹함에도 사랑은 피어나고

  • 기자명 미디어협동조합 시그널
  • 입력 2023.08.25 13:1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동안 중국에 다니느라 잠깐 한눈을 팔았더니

꽤 핫한 드라마가 방영 중이더군요

MBC 금토 드라마 <연인>입니다.

MBC 드라마 연인 공식포스터
MBC 드라마 연인 공식포스터

 

흥행 보증 남궁민 배우의 역사드라마인데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남녀, 벗, 신분을 넘는 관계들이 공통으로 갖는 연민, 연인에 관한 내용인 듯합니다.

 

제가 눈여겨본 것은 병자호란과 관련된 사항인데요.

사실 우리에게 병자호란은 늘 치욕적인 패배와 삼전도의 수모로만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병자호란 당시 2번의 큰 승리가 있었는데 이를 기억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그중 하나는 김화 전투입니다.

남한산성에 갇힌 인조를 구하기 위한 근왕군으로 평안도병마사 유림과 평안도 관찰사 홍명구가 출발합니다.

이들이 지금의 철원 북쪽인 김화 근처에서 약탈 중인 청군을 만나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초반에 내부의 견해차로 군대가 분리되어 홍명구 군은 몰살당했지만,

잣나무 숲에 진을 치고 있던 유림의 군대는 조총과 활을 적절히 사용하며 3천 명가량의 청군을 사살하는 전과를 올립니다.

잣나무 숲을 따서 이를 김화 백전대첩(栢田大捷)이라고도 부릅니다. 아쉬운 것은 이 승리의 여세를 몰아 남한산성 쪽으로 진격 중에 인조가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는 겁니다.

 

또 다른 하나는 전라병사 김준룡이 이끈 의병군이 용인 광교산에서 청군과 맞서 대승을 거둔 싸움입니다.

드라마 <연인>은 이 전투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전투에서 막강한 청군을 상대로 조선군은 필사적으로 싸워 백병전 끝에 청군이 참패하고 물러납니다.

특히 이 전투에서 청나라 건국 영웅 중의 하나인 양고리가 전사합니다. 이것이 청군의 사기가 급격히 저하되는 계기가 되었을 겁니다. 나중에 청 태종 홍타이지가 양고리의 시신을 안고 통곡했다는 기사도 보입니다. 그러나 김준룡 장군 역시 전사하고, 이 부대는 남한산성으로 진격하지는 못했습니다.

광교산 기슭의 김준룡전승비 복제 - 수원화성박물관
광교산 기슭의 김준룡전승비 복제 - 수원화성박물관

 

제가 눈여겨본 것은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작전을 이장현(남궁민)이 주도하는데, 그 내용은 <청나라 군대는 자신 동료의 시신을 적에게 넘기거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청나라 시신으로 위장해서 기습공격에 성공합니다.

이 내용은 훗날 청에 볼모로 가던 소현세자가 관찰하던 기록에서 등장합니다. 청군은 위아래 차별 없이 모든 것을 함께 나누며, 절대로 동료의 시신을 버려두고 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 드라마 연인중에서
 - 드라마 연인중에서

 

드라마 작가가 공부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어 누군가 찾아보니,  황진영 작가로 영화 쌍화점 등 역사극을 많이 집필했더군요. 전공도 사학과라 그런지 상당히 많은 자료를 찾아본 듯합니다. 우리가 흔히 역사드라마의 맹점을 허구 때문이라고 하는데 역사적 사실을 정확히 조사한 흔적이 많이 보입니다.

그 하나는 천연두입니다. 최근 연구에서 청나라 군대가 인조의 항복을 받아들이고 빨리 철수하게 된 계기 중의 하나가 당시 청나라 진영에 천연두가 돌았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당시에 얼마나 무서우면 이것을 마마라고 불렀겠습니까?

그 천연두를 한 번도 앓지 않은 청 태종을 보호하기 위해서 빨리 전쟁을 종식해야 하고, 그래서 인조와의 협상을 서둘렀다는 이야기인데, 극 중에 청나라 진영에 천연두가 도는 장면이 나옵니다.

드라마를 단순히 허구로 남기지 않고 사실 고증을 위해 노력한 흔적이 재미있습니다.

 

중간중간에 명대사가 많이 나옵니다.

‘달빛에 대고 맹세하는데, 그대가 어디에 있든 반드시 그대를 만나러 가리라’

머 이런 요소가 드라마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다만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생각해보니 자꾸 요즘의 국제 정세와 대비가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사실 망해가는 명나라와 신흥강국인 청나라 사이에서 조선은 많은 갈등을 겪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우리를 구해줬다는 명에 대한 재조지은(再造之恩)과 실질적 강자인 청나라 사이에서 광해군은 일종의 밀당외교를 했습니다.

어쩌면 중간에 있는 약한 나라가 취해야 할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조치일 수도 있습니다만, 인조는 이를 반정으로 끊고 청에 적대적인 태도를 분명히 밝힙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전쟁을 불러오게 됩니다. 삼전도에서의 인조의 치욕도 중요하지만 폐허가 된 국토와 백성들, 그리고 끌려간 50만 가까운 조선인들의 참혹한 현실은 여전히 임금의 책임입니다.

전쟁이란 이런 참혹함이고, 역사는 그래서 어떤 외교적 지혜를 작은 나라가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줍니다.

요즈음 중국과 미국 일본 사이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면 자꾸만 병자호란 당시를 생각했는데, 드라마 <연인>은 저에게 그때를 환기해 줍니다.

 

극 중에서 왜 임금을 구하러 의병으로 참가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이장현은 '임금은 백성을 버리고 남한산성으로 도망갔는데, 왜 백성은 임금을 구하러 의병을 해야 하느냐'는 질문으로 맞섭니다.

의주로 피난 가서 망명하려 했던 선조나, 우리 국군은 끄떡없다고 방송하면서 한강철교를 끊고 대전으로 도망간 이승만 대통령이 오버랩되는 것은 <임금의 자리는 오직 백성에 기반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는 궁궐의 가르침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병자호란 그 참혹한 전쟁의 현실 속에서도, 사람은 만나고 사랑을 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봄꽃이 피는 소리를 들어보았냐며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삼전도의 굴욕과 청으로 끌려가는 50만 백성들이 다음 편에 등장할 것입니다.

 

달빛 뜨는 금요일 밤이 기다려집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협동조합 시그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