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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평- 개구와 개견

- 개와 개를 생각한다

  • 기자명 미디어협동조합 시그널
  • 입력 2024.02.1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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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라, 개견과 개구 그리고 수양제와 수양대군

 

개를 뜻하는 한자인 개 견()과 개 구()는 같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그럼 어떨 때 견을 쓰고 어떨 때 구를 쓸까?

언뜻 떠오르기는 반려견과 황구(보신탕집 누렁이 통칭)이다.

 

그럼 기를 때는 견, 먹을 때는 구인가?

그런데 토사구팽과 양두구육이 있다.

토끼 사냥이 끝난 사냥개는 잡아먹는다는 토사구팽, 그럼 사냥개는 견()이 아니고 구().

그러고 보니 한때 검찰을 권력의 사냥개라고 개검, 견찰이라고 부른 적이 있는 데 이건 틀린 표현이다. 구찰이 맞다. 아니면 일을 시킬 때는 토사견()이었는데 일을 마치면 토사구()로 신분이 바뀐 것일까?

양머리를 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양두구육(羊頭狗肉), 확실히 먹을 때는 구()라고 붙이는 것 같다. 황구(黃狗)는 대개 식자재로 분류가 된다.

갑골문에서 견()은 꼬리가 위로 치켜 올라간 모습의 상형문자이다.

()는 짐승을 뜻하는 개사슴록 변에 구절 구(, 보통 어리다, 어리석다는 뜻으로 쓰인다)가 붙어 있다. 말의 새끼인 망아지 구()자는 마()자에 구()자를 붙인 것이다.

그래서 아직 미성숙된 인격을 개 같다고 하는 걸까? 그때의 개는 구()일 것이다.

그래서일까? 대개 견()자가 붙으면 주로 좋은 의미, ()자가 붙으면 부정적인 의미에 가깝게 사용된다.

충견(忠犬), 애견(愛犬), 군견(軍犬), 견마지로(犬馬之勞) 등은 좀 긍정적으로, 주구(走狗) 구육(狗肉) 구자(狗子) 양두구육(羊頭狗肉)은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로 인해 오해를 받는 단어는 개판오분전이다. 질서가 없고 어수선하고 복잡한 상황을 개판오분전이라고 하는데, 여기에서 개판은 개(, )를 의미하지 않는다.

한국전쟁 피난 시절에 먹고살기 어려운 판자촌에서 공동급식을 할 때의 이야기이다.

꿀꿀이 죽을 끓이는 가마솥 주변에 배급 5분 전에 종을 치면 각자 밥그릇을 들고 모인다.

서로 먼저 많이 받으려고 아우성치는 무질서한 상황이 가마솥 뚜껑을 열기 5분 전의 모습이다. 그래서 열 개()와 솥뚜껑()을 써서 솥뚜껑 열기 오분전, 개판오분전이다. 그동안 오해받아온 나라의 개들이 억울하다고 할 만한 상황이다.

 

고구려 때 우리를 괴롭힌 수양제(隋煬)가 있고 조카를 내쫓고 왕이 된 수양대군(首陽大君)이 있다.

수양제는 폭군의 대명사로 불려왔다. 원래 그의 이름은 양광(楊廣)이다. 수양제(隋煬帝)는 사후에 붙여진 시호이다. ()이 양()으로 바뀌었다.

수양제 양광(楊廣)은 수나라의 제2대 황제이자 마지막 황제로, ()은 당나라가 양광(楊廣)에게 준 시호이며, 하늘을 거스르고 백성을 학대하는 것은 양()이라 한다. 그래서 수양제는 수천 년 동안 세상에 폭군의 대명사로 여겨졌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수양제는 결코 폭군은 아니었다. 수양제에게 씌워진 죄명은 대부분 야사의 작가들에 의한 것이고, 정사에서는 특별한 증거가 없다. 기록에 따르면 수양제는 원래 문무를 겸비하고 재능이 뛰어나며 전공이 탁월하고 근면 성실하고 헌신적인 군주였다.

그러나 수를 누르고 당을 건국한 세력들은 앞의 나라를 부정적인 이미지로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한동안 모든 것이 전 정부 탓이라고 돌리는 것처럼 말이다. 래서 부정적인 이미지의 황제로 만들고 시호마저 양()에서 양()으로 바꿔, 기록된 역사의 씻을 수 없는 오점의 인물이 되었다.

 

역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역사는 해석의 학문이다.

그 때문에 그에 따른 충분한 근거와 이면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한글 발음으론 아무 차이도 없는 양이, 뜻으로는 엄청난 차이를 드러낸다.

 

수양제 하니 떠오른 것은 수양대군이다. 사실 진평->함평->진양을 거쳐 최종 수양대군이 되었지만, 수양(首陽)은 황해도 해주 쪽의 지명이다. 세종 이후로는 천자가 땅을 나누어주는 봉분을 하듯이 지명의 이름을 대군들에게 내리기도 했다. 한자의 뜻은 매우 밝지만, 조카를 내쫓고 왕이 되는 과정을 보면 수양대군 또한 폭군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다.

개와 구, 잘 구별해서 처신해야 할 것 같다.

여담이지만, 중국에서는 핫도그(hotdog)를 단어 직역을 해서 뜨거운 개, 열구(熱狗)라고 한다. 창의문 밖의 치킨집 계열사(鷄熱社)가 생각나는 이름이다. ^^

우문현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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