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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에 대한 짧은 생각

- 선물과 뇌물

  • 기자명 미디어협동조합 시그널
  • 입력 2024.02.24 09:53
  • 수정 2024.02.24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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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두부를 좋아한다.

생으로도, 기름발라 부쳐서도, 보글보글 된장찌개에

넣어서도 어떤 식으로든 좋아한다.

아침에 두부를 보면서 잡생각 몇가지가 떠 오른다.

두부는 콩으로 만든다.

요즈음은 콩하면 한자로 두(豆)를 떠올리지만

원래 콩을 총칭하는 글자는 숙(菽)이다.

동북아시아가 원산지인 콩이 세계로 전파되면서

숙(菽)의 중국발음(shu)에서 영어의 콩, Soy 가 파생됬다는 설도 있다. 물론 콩다방의 bean도 있다. ^^

콩은 과거 고기를 자주 못먹는 계층의 중요한 단백질공급원이다. 오죽하면 요사이 콩고기라는 것도 있다.

그래서 위정자의 자질을 논할때 숙(콩)이 등장하기도 한다.

숙(콩,菽)과 맥(보리,麥)은 고대의 기초 작물이다. 그래서 지능이 낮은 테스트에서 숙과 맥도 구별 못한 사람이 있다. 우리말의 쑥맥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춘추전국시대 진의 후계자를 세우는 과정에서 아둔한 형대신 동생인 주자를 세우는 과정의 근거를 周子有兄而無慧 不能辨菽麥 故不可立 이라고 했다.

즉 주자의 형은 숙맥을 구별못하니 제후의 자격이 없다고 했다.

역으로 생각하면 제후는 숙맥정도만 구별할 줄알면 된다는 뜻인가? 나머지는 신하들이 알아서 다스라면 된다? 중국판 정도전 철학이다. ㅎ

어쨌든 콩은 대표적인 민초의 식재료이다.

그런데 콩은 초기에는 생식이나 삶거나 끓이는 등의 방식으로 요리했는데 이는 개인에 따라 탈이날 우려가 많았다. 이를 극복한 혁신적인 조리방식이 두부(豆腐)이다.

이 두부의 개발로 개인차와 보관 기타 콩요리의 혁신이 시작되었다.

두부의 첫 개발자가 한나라 회남왕 유안이니 어쩌니 논쟁이 있지만 한반도의 두부 제조방식은 대개 송나라때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우리도 만주부근에 콩이 있기때문에 고대부터 콩을 이용한 장류 등이 있어왔다고 한다.

만주하니 생각나는 두만강(豆滿江)의 어원은 두가지인데 그중 하나가 콩이 많이 생산되어 강을 이용 운송했다는 뜻에서 두만강이란 설도 있다.

1927년 당시 공산주의자(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의 상당수는 사회주의 계열) 박헌영이 부인 주세죽과 함께 일본의 박해를 피해 두만강을 넘어 탈출을 한다.

이를 도와준 연출가 김용환이 탈출성공을 기록으로 남기고 동생 김정구가 이를 노래로 부른 것이 국민가요 <눈물젖은 두만강>이다. <두만강 푸른물에 노젓는 뱃사공 그리운 내님이여 >의 님은 예산사람 박헌영이었다.

재미난 것은 두부의 부(腐)는 부패, 썩었다는 뜻이다.

즉 부는 발효와 부패의 경계선에 있는 글자이다.

숙성된 맛있는 음식이 될것인가, 버려야할 썩은 재료가 될것인가에 부, 부(腐)의 아이덴터티가 있다.

중국엔 취두부라는 발효(내가 보기엔 썩었다)두부가 있는데 냄새가 고약한데, 코를 막고 먹으면 맛있다.

우리 삭힌 홍어가 그들에겐 불쾌할 것이다.

발효와 부패, 선물과 뇌물, 이 경계의 삶과 선택.

단순해 보이는 두부가 던져주는 한끼의 선택이다.

 

우문현답/이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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