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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말한다 - 2]“헌법은 인문학적 교양의 결정체”

조국, "인문학과 법학의 가교가 될 만한 책"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0.08.03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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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발견’ = 박홍순. 비아북. 356쪽. / 분야 : 헌법
‘헌법의 발견’ = 박홍순. 비아북. 356쪽. / 분야 : 인문교양

[시그널=김선태 기자] 헌법 전체를 주의 깊게 꼼꼼히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밑바탕에는 법 자체를 이해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지켜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한국 사회의 뿌리 깊은 통념이 작용한다. 저자는 그러한 통념을 깨고 헌법이 규정하는 최소한의 규칙을 이해할 때 성숙한 시민이 되어 ‘나’를 변화시켜 나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 책을 펴냈다.

헌법을 다루는 대부분의 책은 전공자를 위한 교과서이거나 수험서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이 읽기에는 어렵고 불친절하다. 저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헌법을 인문학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시도했다.

헌법에는 역사와 철학을 비롯하여 인류 정신과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이 응축되어 있다. 각 헌법 조문을 구성하는 핵심 사상은 지금까지의 인문학 고전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책은 헌법의 각 조항에 담긴 사상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내용과 기원은 무엇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어 헌법 조항 속에 담겨 있는 인문학적 뿌리를 탐색한다. 1장 ‘대한민국의 기본 정신을 밝히다’에서는 미국의 독립선언문과 프랑스 인권선언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는 정의를 분석한다. 플라톤의 『법률』과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등을 통해 ‘민주공화국’을 정의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의 규정을 살핀다. 또한 ‘주권’과 ‘기본권’의 의미를 들여다보고 ‘평화와 통일’의 원칙이 어떻게 세워졌는지 그 유래를 살핀다.

2장에서는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 베카리아의 『범죄와 형벌』을 통해 ‘신체의 자유’를 살피는 것을 시작으로 들리즈와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푸코의 『감시와 처벌』 등을 통해 ‘사생활과 통신의 자유’에 대해 고찰한다. 더불어 ‘양심의 자유, 학문과 예술의 자유’, ‘언론·출판과 집회·결사의 자유’, ‘개인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와 창의 존중’ 등의 원칙을 살펴봄으로써 ‘국가권력으로부터의 자유’가 의미하는 바를 알아본다.

3장에서는 켈젠의 『순수법학』과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등으로 ‘법 앞의 평등’의 의미를 들여다보는 것에서 출발해 오언의 『교육에 관하여』, 바스티아의 『법』을 통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살피고, 더 나아가 ‘선거권과 공무담임권’, ‘성장·분배의 조화와 경제민주화’, ‘양성평등을 기초로 한 혼인과 가족의 성립’ 등의 원칙을 중점적으로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4장은 ‘인권’과 ‘행복 추구’의 원칙을 살피는 것에서 시작한다. 벤담의 『도덕적 입법의 원리 서설』, 칸트의 『법 이론의 형이상학적 원리』 등이 논거로 사용된다. 더불어 다양한 이론과 문헌, 현실의 판례 등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근로조건’,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 등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주목한다.

저자는 헌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인문학 필독서로 플라톤의 『법률』,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루소의 『사회계약론』, 라드브루흐의 『법철학』, 존 롤스의 『만민법』, 미셸린 이샤이의 『세계인권사상사』, 김철수의 『한국헌법』 등 7권을 꼽는다. 특히 『한국헌법』은 우리 헌법학계에서 처음으로 자연법 철학 이론이 적용되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헌법재판소의 판례와 법령 개폐 현실을 반영함으로써 헌법의 세부 내용을 파악하는 데 유용한 사고의 틀을 제공한다.

추천을 맡은 서울대학교 조국 교수는 이 책이 인문학과 법학 두 분야의 소통을 위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며, “양 쪽을 동시에 알고 싶은 시민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깔끔한 입문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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