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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TV 스타리그 시즌6 우승자 김정우 선수

주간 오늘의 인물 - 글 : 김선태(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선임연구원)

  • 기자명 편집부
  • 입력 2018.11.1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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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일) 오후 서울 연세대학교 대강당에서 열린 ‘올레TV 아프리카TV 스타리그 시즌6(이하 ASL 시즌6)’ 결승전. 패자부활전 등을 거치며 가까스로 올라간 김정우(27) 선수가 자타 공인 ‘황제’ 이영호 선수를 꺾고 우승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김정우 선수는 8년 전 ‘대한항공 스타리그 2010 시즌 1’에서도 재경기를 거듭하며 결승에 진출, 같은 이영호 선수에게 2게임을 내주고 3연승하는 이른바 리버스 스윕으로 우승한 적이 있다.

스타크래프트를 사랑하는 세계 청소년들에게 한국은 성지와 같다. 국가 대항전에서 한국이 보인 발군의 실력은 물론,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사가 제공하는 온라인 게이밍 서비스 배틀넷의 세계 순위(레더 랭킹) 상위권을 한국 게이머들이 변함없이 싹쓸이하는 데서 이를 알 수 있다. 이영호 선수가 잠시 은퇴했다 레더에 깜짝 등장하자 이를 알아본 전 세계 게이머들이 ‘황제’의 복귀에 열광했다고도 한다.

 


사진 : ASL 시즌6 결승전 아프리카 스타 리그, 김정우 대 이영호 제 1 경기 시작 장면

 

‘최종병기’와 ‘불사조’, 8년만의 재대결

그와 같은 스타리그의 무대에서도 희귀한 기록을 가진 두 라이벌의 재대결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승전은 일찌감치 화제였다. 김정우가 우승하면 ASL 내 2회 우승을 달성한 첫 저그 플레이어가 되고, 이영호가 우승하면 개인리그 통산 10회 우승과 단일 개인리그 최초의 4회 우승 기록이 될 것이었다.

프로게이머들의 일반적인 예상은 8년 전에도 그랬듯 이번에도 이영호의 승리였다. 이영호는 ASL 2,3,4 시즌 3연속 우승자인 데다 지난 시즌 약점을 보였던 프로토스 전을 8강과 4강에서 연속 3:0으로 이겨 절정의 기량을 증명했다. 최연소 스타리그 진출, 최연소 스타리그 우승, 최연소 그랜드슬램 쟁취, 스타리그 본선 최다 15회 연속 진출 같은 기록이 말해주듯 그는 철옹성 같은 존재다.

하지만 이영호에게 가장 쓰라린 패배를 안긴 인물이 김정우다. 2010년 대한항공 스타리그 시즌 1 당시, 김정우가 이영호에게 도전장을 내밀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물론 김정우가 저그 종족으로 정상급 위치에 있었지만 이영호와 비교할 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당시 16강전에서 동률 재경기에 걸려 무려 12경기를 치른 끝에 8강에 진출했을 정도였으니. 그래서 김정우는 한 리그에서 최다 24경기를 치른 우승자라는 기록을 지금껏 유지하고 있다.

이번 ASL 시즌에서도 승승장구한 이영호에 비해 김정우는 초대 ASL 우승자임에도 늘 상위권 문턱을 아슬아슬하게 넘어왔다. 김정우는 2016년 ‘반트 스타리그’ 우승 이후 약 2년 동안 오프라인 무대에서 16강과 최종전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번 대회도 본선 24강전에서 패자전으로 떨어져 탈락 문턱을 겨우 넘겼다. 그러더니 8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정윤종을, 4강전에서 초대 코리아 스타크래프트 리그(KSL) 우승자 김성현을 꺾고 결승에 진출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이렇게 맞은 결승전은 그가 모친상을 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치른 경기이기도 하다.

 

집념과 전략이 낳은 반전 드라마

28일 결승 무대를 앞두고 다수의 전문가가 이영호의 낙승을 점쳤는데, 그간의 기량도 문제지만 랜덤으로 선정된 맵이 이영호 쪽으로 기운 탓이기도 하다. ASL 결승전에서 1세트 승자가 우승할 확률이 100%인데다 파이널 매치 1세트의 맵이 테란에게 유리하다는 ‘아우토반’.

그런데 이 1세트에서 이영호는 예상과 달리 평범한 운영을 펼쳤다. 김정우는 테란이 배럭 1개, 팩토리 1개, 스타포트 1개(이른바 1/1/1)로 단조롭게 출발할 것임을 단숨에 파악, 저글링 발업(속력 증가)을 마치자 곧장 적진으로 짓치고 들어가 1세트를 낚았다.

이어 2세트에서는 역으로 이영호가 불리한 맵에서 초반 기선 제압에 나서 역시 경기를 싱겁게 끝냈다. 성큰 콜로니 둘만 짓고 스파이어 체제로 전환하려 시간을 지체한 저그의 본진을 파이어벳 2기를 앞세워 뚫어버린 것.

3세트는 초반에 저글링 공세가 빛을 발하는 듯했지만 테란이 이를 막아냈고, 이어 쌍방이 운영전으로 접어든 가운데 사이언스 베슬과 탱크 등 물량에서 앞선 테란의 승리로 돌아갔다. 판세는 1:2로 이영호에게 기울었다.

이 지점에서 2010년의 역전 드라마가 다시 펼쳐졌다. 맵 ‘실피드’에서 펼쳐진 4세트에서 김정우는 러커 공세로 상대 본진을 압박하는 동안 디파일러 체제를 갖춘 반면 이영호는 정석적인 빌드로 대응했는데 결과적으로 디파일러의 다크 스웜을 극복하지 못했다.

마지막 5세트는 1세트와 같은 아우토반 맵. 이번에는 이영호가 벌처부터 뽑아 공세를 취했는데 김정우는 이를 저글링으로 무산시켰다. 이후 쌍방이 한 차례 어이없는 실수를 범하는 혼전이 빚어졌고 그 과정에서 테란의 조급한 공세를 막아낸 저그 진영에서 울트라가 쏟아져 나오자 이영호는 GG를 치고 말았다.

 


ASL 시즌6 결승전에서 우승한 뒤 우승컵에 입을 맞추는 김정우 선수

 

꿈을 품은 청춘은 지옥에서도 날아오른다

전체적으로 김정우는 이영호에게 최적화된 전략과 비상한 훈련으로 무장하고 나왔지만 이영호는 이렇다 할 전략을 보이지 못했고 후반에는 집중력이 떨어지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무리한 강행군에 따른 최근의 부상이 기량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어쨌든 1,000일 만에 오른 ASL 결승 무대를 승리로 이끈 김정우 선수는 상금 3,000만 원과 함께 저그 최초의 ASL 2회 우승이라는 기록도 얻었다. 그보다는 황제 이영호의 천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감격이 컸을 것이다.

김정우 선수의 승리는 스타크래프트 리그 사상 드라마틱한 한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달리 보면 그의 승리는 한국 사회를 사는 청춘의 값지고 아름다운 도약의 한 장면이기도 하다. 꿈을 품은 청춘은 지옥에서도 날아오를 수 있음을 그가 보여주었다면 과장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미래의 희망을 잃고 안타깝게 좌절하는 청춘이 너무나 많은 때, 금수저와 줄대기와 사교육이 행복을 선점한지 오래도 너무 오래 된 곳, 무한 상상력의 보금자리를 약속하기에는 지나치게 탁한 영혼으로 가득한 사회,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자신을 믿고 도전해 마침내 승리로 나아가는 청춘의 열정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외람되지만 아래 한 구절을 우리 아이들, 이끌어 줄 손이 없어 방황하는 청춘에게 들려주고 싶다.

 

“좌절하지 마라. 때로는 장난꾸러기 신이 미소를 지으면서 구원의 손길을 내민다.”(『지혜』, 밀란 쿤데라. 하문사. 1997.)

 

 

김선태(한국지역인문자원연구소 선임연구원, kstkks@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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