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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停職)’ 윤석열, 이대로 대권 향하나

민주당, 윤 부부와 장모 묶은 특검·공수처 저울질
윤 총장, ‘대권 잠행’ 나서 ‘야권 단일화’ 노릴 수도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0.12.16 15:39
  • 수정 2020.12.1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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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감은 채 출근하는 윤석열 검찰총장16일 오전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정직 결정에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눈 감은 채 출근하는 윤석열 검찰총장
16일 오전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의 정직 결정에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힌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법무부 검찰 징계위원회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 처분을 내리면서 향후 파장과 윤 총장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후 검사징계법 제23조에 의거, 추미애 장관이 징계위 의결 건을 제청하고 문 대통령이 집행하여 그 처분을 관보에 게재하면 윤 총장의 직무는 공식적으로 2개월간 정지되고 그 기간의 보수도 지급되지 않는다.

이 경우 윤 총장은 다음으로 특별검찰 또는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윤 총장의 임기가 내년 7월까지임을 고려하면 어떤 경우가 되어도 정상적인 업무는 힘들어진다.

윤 총장은 이에 대해 행정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으로 대응할 수 있으나 실속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풍찬노숙이 예고된 셈이다.

'2개월 정직' 배경과 윤 총장의 카드

먼저 15일 오전 10시 34분쯤 시작된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17시간이 지난 16일 새벽 4시 무렵 징계위원 4명의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검찰총장 징계가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라 그만큼 사실과 법리 및 그에 따른 양정(형을 정하는 일) 판단이 쉽지 않았다는 의미다.

심사에서 징계위원들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청구한 8가지 비위 혐의들 가운데 판사 사찰 의혹, 채널A 사건 감찰과 수사 방해, 정치적 중립 훼손 등 4가지 혐의를 인정했다.

그 밖에 언론사 사주와의 부적절한 교류와 감찰 협조 의무 위반 2건은 ‘불문’ 즉 징계 사유로 삼지 않는 것이 타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나머지 채널A 사건 감찰 관련 정보 유출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감찰 방해 혐의는 2건은 증거 부족으로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윤 총장 측은 징계위 처분에 반발해 곧바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징계위 심사를 마친 뒤 윤 총장 측 이완규 변호인은 “이미 다 정해져 있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징계 절차 자체가 위법하고 부당하기 때문에 승복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결정이 떨어지는 대로 윤 총장 측은 서울행정법원에 징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과 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행정소송의 경우 수개월 이상 지체될 수 있어, 내년 7월이 임기 만료인 윤 총장에게는 실익이 없다.

이와 관련해 윤 총장 측은 앞서 제기한 ‘검사징계법 헌법소원’에 기대할 수도 있다. 법무부 장관의 검사징계 조항이 검찰총장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을 침해한다고 헌재가 인정하면 이를 행정소송 재판부가 받아들여 징계 효력이 상실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헌재 판단을 받는데 상당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실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윤석열 검찰총장 쳐다보는 문 대통령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쳐다보며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 쳐다보는 문 대통령
지난 6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이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제6차 공정사회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쳐다보며 발언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행정법원, 불가역적 손해라 보지 않을 것”

이런 사정에서 정직이 확정되면 윤 총장은 조기에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집행정지 신청에 주력할 전망이다. 윤 총장은 앞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배제 효력을 같은 방식으로 단 1주일 만에 중단시켜 업무에 복귀한 상태다.

이전 사안의 경우 법원이 ‘윤 총장의 직무배제는 회복할 수 없는 손해’임을 근거로 효력을 중단시켰다. 그렇다면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로 법원이 ‘정직 2개월 처분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라는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이 점에서는 법조계 판단이 엇갈린다.

이번 징계위원회가 추미애 장관이 제기한 윤 총장의 징계 사유 중 절반에 대해서만 인정한 데다, 중징계라고는 하지만 ‘2개월 정직’은 사실상 최소한의 처분이기 때문이다. 정한중 법무부 검사징계위원장이 “증거에 따라 양정을 정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따라 유무죄가 아닌 양형만을 고려하는 행정법원이 잔여 임기가 7개월 이상 남은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이 회복 불능의 손해라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물론 윤 총장 측이 이 문제를 여론전으로 끌고 갈 수는 있다. 서울고검 감찰부가 맡은 ‘판사 사찰 문건’ 수사를 장악하고 있어 이를 여론전의 핵심 무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애초 대검 한동수 감찰부장이 윤 총장을 압박하기 위해 꺼내 들었지만 반격에 나선 윤 총장 측에 의해 서울고검 감찰부로 넘어간 사안이다. 이 수사가 윤 총장 쪽에 유리한 결과를 내놓는다면 법무부의 징계 근거가 사라져 여론이 윤 총장 쪽으로 크게 기울어질 수 있다.

윤 총장 측이 이를 근거로 징계청구 자체가 부당하다는 주장을 펼치면 행정법원의 심리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이 역시 시간과 증거를 다투는 문제여서 자칫 무리수를 둔다면 되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이에 야당은 이번 징계를 신의 한 수로 보는 분위기다. 이를 비꼬아 국민의힘 소속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2개월 정직은 교묘하게 실속을 챙긴 교활한 꼼수”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윤 총장이 “본안 소송 진행 중에 업무 복귀할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법원이 돌이킬 수 없는 손해라 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사나누는 추미애 장관지난 10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사나누는 추미애 장관지난 10일 오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여권, 특검·공수처 카드 동시에 ‘만지작’

이번 징계 결과가 확정될 경우 윤석열 총장은 해임되는 대신 일시 식물총장으로 전락하게 된다. 그 자체야 윤 총장이 얼마든지 복귀 이후를 노릴 수 있는 일이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러기가 쉽지 않다.

그간 윤 총장에게 혹독하게 시달려 온 여권이 이번 조치에 만족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공수처 법안 통과와 함께 윤 총장은 왕왕 제1호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곤 했는데, 정직이 확정되면 검찰의 대응을 무력화시키면서 이를 현실화할 조건이 갖추어지기 때문이다.

현재 윤 총장은 추미애 장관이 제기한 비위 사안과 별개로 다수 사안에서 혐의를 받고 있다. 먼저 라임 사태와 관련하여 검찰의 봐주기 수사를 윤 총장이 배후 지휘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미 전·현직 검사들이 술자리 접대를 받은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되었고, 윤갑근 전 고검장의 경우 윤 총장 지휘하에서 아무런 성과가 없다가 추미애 장관이 개입한 뒤에서야 구속되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이 사안만으로도 ‘검찰의 라임 사건 뭉개기’가 확실하다 보고 있어 윤 총장을 상대로 한 공수처 도입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여권은 라임 사태의 경우 굳이 공수처가 아니라도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윤 총장을 불러낼 수 있다. 다만 국정조사를 실시하면 이를 다시 검찰에 수사를 넘겨야 하는 문제가 있다.

민주당이 특검을 통한 진상 조사를 거론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14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검찰은 김봉현 회장이 제기한 모든 의혹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다”며 ‘라임 사태 관련 윤석열 특검 도입’을 제안한 배경이다.

공수처가 ‘윤갑근 전 고검장 관련 의혹’을 공수처 1호로 가져가도 무리가 없다. 이 경우 시일은 다소 늦춰질 수 있으나 윤석열 총장을 지목하지 않고도 수사 대상으로 지정할 수 있어 불필요한 여론전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여권이 윤석열 총장을 겨냥한 특검과 공수처를 동시에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중요한 사안이 윤 총장 장모 비리 의혹이다. 지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사들이 윤 총장 및 장모 사건 수사에 부담을 느낀다면 특검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공수처는 ‘고위 공직자와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데 장모는 가족에 포함되지 않는 데다, 현재 검찰이 진행중인 윤 총장 장모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것은 세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장모 최 씨 역시 라임 사태처럼 윤 총장이 직무에서 배제된 지난달 24일 불구속기소 됐다.

공수처와 별개로 특검을 도입하면 국정조사와 달리 특검이 기소하여 재판에 넘길 수 있다.

반면 윤석열 총장의 부인과 관련된 의혹은 공수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현재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가 윤 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 회사 코바나컨텐츠의 협찬금 관련 고발 사건을 수사 중이다.

알려진 것처럼 김 씨는 수사 선상에 오른 회사들로부터 전시회 관련 협찬금을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비위가 위중할 경우 공수처가 ‘윤석열 부부 비리 의혹 사건’을 수사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 부부의 가족이 연루된 비리 혐의를 다루는 재판이 지난 4일 시작됐다. 사진은 법원에 도착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정경심 동양대 교수 부부의 가족이 연루된 비리 혐의를 다루는 재판이 지난 4일 시작됐다. 사진은 법원에 도착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 사진=연합뉴스

‘검찰 권력’ 위해 임명권자에 정면 도전

여권이 이처럼 다양한 방식으로 윤 총장 옥좨기에 나서려는 데는 다분히 윤석열 총장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가장 큰 이유는 그가 검찰 조직을 지킨다는 명분 아래 자신의 임명권자에 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윤 총장은 지난해 8월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며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자 즉각 이에 반발했다. 당시 조국 장관 내정자가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수사권 조정을 들자 윤 총장은 인사권자의 의지에 반해 총력을 다해 법무부 장관 낙마에 앞장섰다.

그 방법도 대통령이 임명한 검찰총장이 취한 것이라 볼 수 없을 정도로 전례 없이 집요하고 치밀했다. 당시 검찰은 장관 보고 없이 총장 지휘하에 조국 후보자 의혹에 대한 동시다발적 압수 수색에 들어갔다.

수사 정보를 수시로 흘리며 후보자 주변 의혹을 부풀렸으며, 후보자 가족의 신상 정보를 야당에 제공하고, 인사청문회 날 후보자 부인을 전격 기소했다. 실상 문재인 정부를 조롱한 일이나 다름없다.

청문회가 끝나고 대통령이 한 달간 고심한 끝에 조 후보자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했지만 윤 총장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범죄를 입증할 단서가 나오지 않자 4개월 남짓 100명에 달하는 특수부 검사를 투입해 조국 장관과 그의 형제, 가족을 상대로 무수한 별건 수사를 이어갔다.

결국 장관은 자리를 내놓았는데 검찰은 다시 별건 수사와 언론 흘리기로 조 전 장관의 구속과 망신주기에 매달렸다. “대통령이 뇌물로 받은 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허위 기사 하나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여론의 웃음거리로 만들었던 구시대적 작태를 반복한 것이다.

사태를 지켜보던 임은정 당시 울산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가 “정치권도 법원도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현재, 수사의 성역은 검사들의 조직적 범죄만 남아있다”고 비판하면서 “수사의 치외법권을 허물기 위해 공수처가 조속히 도입되도록 페친 여러분의 관심을 부탁한다”며 자신의 SNS에 호소할 정도였다.

윤석열, 내친김에 ‘대권 잠행’ 나설 수도

이후 추미애 장관에 의해 징계위원회 심사를 받을 때까지 윤석열의 폭주는 그칠 줄 몰랐다. 이번 징계가 그를 멈춰 세울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조국 사태 이후 지금까지 언론 지면을 장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에 저항하는 투사’로 이미지를 각인시킨 결과 차기 대권 주자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이제부터 검찰총장 윤석열의 시간이 끝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독직(瀆職) 혐의가 누적되면서 여론의 불신이 높아진 데다 가족을 둘러싼 의혹에서 자유롭기도 어렵게 된 탓이다.

이 시점에서 윤 총장은 반전을 위해 검찰총장직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과감하게 대권을 향한 잠행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러면 다른 장애물이 그를 가로막게 된다. 그가 수감시킨 두 전직 대통령의 소속 정당인 국민의힘이 그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희박하므로, 다른 조직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윤 총장이 이미 조선·중앙 두 사주와 부적절하게 회동했다는 항간의 의혹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들 언론사는 동시에 삼성 등의 재벌그룹과 연계되어 있고 필요하면 야권 연대를 추진할 충분한 동력이 되어줄 수 있다.

우연의 일치인지 윤 총장은 16일 징계를 받은 직후 전국 검찰청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며 “소상공인에 대한 소환 조사를 자제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사실상 대통령 수준에서 가능한 민생 관련 지시를 검창총장이 내린 셈이다.

윤 총장의 2개월 정직 처분이 어떤 사태로 이어질지 단언하기는 어렵다. 분명한 것은 이미 권력의 맛에 취해 호랑이 등에 올라탄 그가 내려오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사실이다. 검찰 권력을 쥔 대권 주자 아니면 날개 없는 추락. 그의 행보에서 느껴지는 불안한 미래다.

글·김선태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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