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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신은 졌소. 제발 그만합시다.”

친트럼프계 뉴욕포스트, 커버스토리로 대선 승복 요구

“공화당 곧 상원 잃을 판인데, 미치광이 노인네 짓 그만”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0.12.31 11:17
  • 수정 2020.12.3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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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트럼프계로 알려진 뉴욕포스트지가 커버스토리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복을 촉구하고 나서 화제다. 사진은 28일(현지시각) 자 뉴욕포스트 표지.
친트럼프계로 알려진 뉴욕포스트지가 커버스토리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복을 촉구하고 나서 화제다. 사진은 28일(현지시각) 자 뉴욕포스트 표지.

[시그널=김선태 기자] “미스터 프레지던트, 이제 이 멍청한 쇼(dark charade)를 끝냅시다.”

미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을 오너로 둔 타블로이드판 뉴욕포스트지가 트럼프의 대선 승복을 정면으로 요구하는 글을 28일(현지 시각) 자 커버스토리로 실었다. 대선 기간 내내 트럼프를 편든 것으로 알려진 보수 언론이 트럼프의 대선 승복을 작심하고 요구한 일이라 현지에서 연일 화제다.

“공화당 상원 날릴 판인데 ‘백악관 사수’ 타령이라니”

실은 이 기사는 다음 달 5일 있을 조지아주 상원 결선투표에서 다수의석을 뺏길 처지에 놓인 공화당의 속내를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그다음 날인 6일 선거인단 집계에 따른 당선자 공식 인증이 이루어지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조지아주 투표는 놔둔 채 이 인증을 막는데 온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포스트는 “우리는 향후 4년을 결정지을 마지막 일주일을 남겨두고 있다”며, 구체적으로 1월 5일 조지아에서 열리는 두 번의 결선투표가 상원을 장악할 정당을 결정하게 된다고 썼다. 그런데 트럼프는 정신이 온통 선거인단 인증 발표를 막는데 매달려, “그날 공화당이 바이든의 승리를 뒤집을 것”이라는 메아리 없는 트위터나 날리고 있다는 것이다.

뉴욕포스트는 “이는 한마디로 비민주적 쿠데타(undemocratic coup)를 선동하는 짓”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거의 독설 수준의 비판을 쏟아냈다.

기사는 트럼프가 대선 과정을 조사할 권리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우리 솔직해지자”면서 “당신의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고, 당신은 부정선거를 입증할 만한 아무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으며, 사실은 오히려 반대였다”고 주장했다.

두 가지 예로 이를 뒷받침했다. 먼저 트럼프는 위스콘신주 두 카운티의 재검표에 300만 달러를 지불했지만 그 결과 87표를 더 잃었다. 다음으로 조지아주에서 두 번이나 재검표를 한 결과 바이든의 승리를 확고하게 굳혀줬다.

기사는 “그러고도 모자라 마이클 플린은 계엄령을 제안했으니 이건 반역죄나 다름없다. 부끄럽지도 않은가?” 하고 반문했다.

그만하면 대통령의 기를 꺾었다고 봤는지 논조는 “미스터 프레지던트, 당신이 화가 난 것은 이해하지만 지금처럼 하다가는 파멸을 맞을 뿐”이라며 설득 모드로 바뀌었다.

이어 트럼프에게 “당신이 다시 복귀할 발판을 마련하고 싶다면 그 분노를 생산적인 곳에 써야 할 것”이라며 6일의 선거인단 집계는 그만 잊고, 5일의 조지아 결선투표 지원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뉴욕포스트는 그 결과를 전망하며 트럼프를 설득하는데 나머지 절반의 지면을 할애했다.

가령 조지아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차지한다고 생각해보시라. 그들(공화당의 상원)은 당신이 임기 동안 이룬 것을 바이든이 없애지 못하도록 막아줄 것이다. 바이든이 ‘실패한 이란 협정’을 되살리지 못하게 할 것이고, 불법 이민자들의 진입을 막고자 당신이 봉쇄한 미국 남쪽 국경을 바이든이 개방하지 못하도록 막아낼 것이다.

1월 20일 사실상의 임기종료를 앞두고 대선 패배를 여전히 부정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1월 20일 사실상의 임기종료를 앞두고 여전히 ‘결사항전’을 주장하고 있는 트럼프 미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당신은 끝끝내 패배를 인정할 줄 모르는 무정부주의자”

동시에 그렇지 못한다면, 즉 상원이 민주당에게 넘어가도록 방치한다면, 아마도 백악관의 바이든, 상원의 척 슈머, 하원의 펠로시로 구성된 민주당 삼각편대가 “앞으로 4년 내내 당신을 고문할지도 모른다”고 썼다.

“솔직히 말하자면 당신이 그렇게 되도록 그들을 돕는 중”이라면서.

결론으로 뉴욕포스트는 트럼프가 ‘마러라고의 리어왕(The King Lear of Mar-a-Lago)’이 되어 “이 세상은 다 썩었다”고 불평이나 해댄다면서 다음과 같이 일침을 날렸다.

“만약 당신이 지금처럼 백악관의 마지막 날까지 이런 식으로 하얗게 불태우겠다고 큰소리친다면, 사람들은 앞으로 당신을 끝끝내 패배를 인정할 줄 모르는 무정부주의자로 기억할 것이다.”

마러라고는 트럼프가 아끼는 플로리다 소재 호화 별장으로, 트럼프는 백악관 사수를 외치는 한편 대대적인 마러라고 개보수에 나서 입방아에 올랐다. 리어왕은 유명한 셰익스피어의 동명 희곡에 등장하는 미치광이 왕을 지칭한다.

남덕현은 소설집 ‘한 치 앞도 모르면서’ 작가의 말에 아래와 같이 썼다.

“절망의 나락에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직관의 세계가 열릴 것이고, 진리란 완전한 답이 아니라 완전한 질문임을 알게 될 것이다.

인생사 한 치 앞을 모르고 나서야 인간의 삶에 대한 가장 완전한 질문으로 이끄는 직관의 문이 열릴 것이다.

그러니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은 분명히 절망이겠으나, 어찌 그 절망의 황홀함을 한 치 앞을 내다보는 기쁨 따위에 비할 것인가.”(’한 치 앞도 모르면서’=남덕현 저, 빨간소금 간)

지금 백악관에서 남몰래 마러라고행 짐을 고르느라 머리를 싸매고 있을 지도 모를 트럼프 대통령의 심경을 똑 부러지게 비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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