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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스티글리츠 “기본소득, 코로나 대응력 입증돼”

가이 스탠딩 “기본소득은 신파시즘적 포퓰리즘 물리칠 효과적 수단”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5.0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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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29일 ‘기본소득과 팬데믹’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의 기본소득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 경기도청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29일 ‘기본소득과 팬데믹’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서의 기본소득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 경기도청

[시그널=김선태 기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29일 “기본소득이 코로나 대응에 효과적임이 입증됐을 뿐 아니라,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는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말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기본소득 정책축제인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가 4월 28일 개막한 가운데, 스티글리츠 교수는 ‘기본소득과 팬데믹’을 주제로 한 화상 기조연설에서 이처럼 말했다.

올해 3회를 맞은 기본소득박람회는 ‘내 삶 속의 기본소득’을 주제로 16개국 70여 명의 세계적 석학과 활동가가 온-오프라인으로 참가했다. 지난 28일과 29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 그랜드볼룸에서는 ‘코로나 대재난에서 새로운 대전환으로, 기본소득!’이라는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가 진행되기도 했다.

스티글리츠, “기본소득 시행에 각국이 나서야”
이번 기조연설에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Joseph Stiglitz)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와 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브히지트 바네르지(Abhijit Banerjee)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가 각각 기조연설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두 기조연설자는 주로 빈곤과 불평등에 관한 각자의 연구를 바탕으로 코로나 시대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논의를 이끌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29일 ‘기본소득과 팬데믹’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코로나 위기로 경제시스템의 취약성과 우리 사회 불평등 수준이 그대로 노출됐다”며 기본소득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그는 코로나 위기를 맞아 “많은 국가가 기본소득 또는 그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가장 취약한 개인들을 보호했고 경기침체가 더욱 악화하는 것을 막았다”면서, “기본소득으로 최소한의 생활 수준을 제공하면 아플 때는 집에서 쉴 수 있고 이를 통해 질병이 더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이러한 사례를 근거로 “기본소득이 코로나 대응에 효과적임이 입증됐을 뿐만 아니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각국은 언제든 팬데믹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기본소득을 신속하게 시행하도록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기조연설에서 스티글리츠 교수는 자신이 경기도 재난기본소득에 관해 연구했다며, “경기도의 경우 지역 전용 화폐로 기본소득을 지급해 지역경제에 도움을 줬으며, 지역 전용 카드를 통해 많은 사람을 위기에서 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이런 정책을 통해 세계적 모범사례가 되었고 앞으로도 모범사례를 제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밖에 많은 컨퍼런스 발표자들이 코로나 시대는 물론 포스트코로나 시대에도 기본소득이 ‘방역 위기’와 ‘경제 위기’를 해결하는데 유효한 수단 될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 국제 컨퍼런스 발표자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서 기본소득이 ‘방역 위기’와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경기도청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 국제 컨퍼런스 발표자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위기 속에서 기본소득이 ‘방역 위기’와 ‘경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경기도청

바네르지 MIT 교수 “기본소득의 혜택은 소득 그 이상”

이번 대한민국 기본소득박람회의 국제컨퍼런스는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MIT 교수가 첫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섰다.

바네르지 교수는 케냐에서 시행 중인 기본소득 실험을 소개하면서 연설을 이어나갔다. 케냐의 경우 2만3천 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하루에 1인당 75센트씩 12년간 지급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바네르지 교수는 “현재까지 2년간 데이터를 보면 기본소득이 사람들을 나태하게 만든다는 증거는 없었다”면서, “돈을 받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해 노동시간이 줄지도 않았고, 돈을 낭비하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분야로 창업이나 전업을 하는 등 변화를 보였다”고 말했다.

바네르지 교수는 케냐의 경우를 볼 때 “사람들은 기본소득을 신중하게 사용했으며, 가난한 사람은 주어진 기회를 잘 활용했다”며 “기본소득이 사람들에게 가져다줄 수 있는 혜택은 소득 그 이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에 따르면 어려운 시기에는 기본소득과 같이 모든 사람이 혜택을 받을 자격을 갖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같은 취지에서 필리프 판 파레이스(Philippe Van Parijs)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명예공동의장은 “기본소득을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지급하는 것은 재원낭비”라는 주장을 비판했다. 그에 따르면 “경기가 회복되면 이들의 구매력을 활용할 수 있어 회복탄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비용문제도 총비용이 아니라 복지혜택을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을 제외한 순비용이 중요하다”면서 “에너지세와 탄소세를 부과하여 재원 문제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레이스 의장은 또한 “기본소득이 재원 낭비며, 생산성을 하락시킨다”는 주장에 대해 이는 “경제모델의 전환과 기술진보의 활용을 통해 해결 가능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그에 따르면 “21세기는 유연한 생산성이 더 필요한 시기이고, 기본소득은 평생교육과 훈련이 가능하게 해 자신들의 경력을 재정비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기본소득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경제정책으로 대한민국은 기본소득을 선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도청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기본소득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경제정책으로 대한민국은 기본소득을 선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 경기도청

가이 스탠딩 교수 “기본소득이 신파시즘적 포퓰리즘 물리칠 것”
가이 스탠딩(Guy Standing) 영국 소아스(SOAS) 런던 대학교 전임연구교수는 기본소득의 윤리적·철학적 측면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기본소득은 모두가 아무 조건 없이 하나의 기본권리로서 매월 어느 정도의 자금을 지급받는 것을 의미한다.”

그에 따르면 이러한 정의에 따라 기본소득은 먼저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인간의 욕구 및 공공선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적인 보장을 강화하고 자유를 촉진하는 해방운동(emancipatory)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이 스탠딩 교수는 “펜데믹 시대에 기본소득의 중요성은 각별히 크다”면서 “코로나19가 남긴 중요한 교훈 하나는, 우리 모두의 회복력은 우리 중 가장 취약한 사람들의 회복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라 말했다.

이처럼 기본소득이 우리 모두의 회복력을 강화해 줄 것이라는 취지에서, 그는 기본소득이 포퓰리즘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 반대로 “미래에 지속될 펜데믹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만성적으로 불안하게 되면 신파시즘적 포퓰리즘이 도래할 것이고 기본소득은 이를 물리칠 것”이라고 가이 스탠딩 교수는 역설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기본소득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경제정책이며, 대한민국은 기본소득을 선도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2021 대한민국 기본소득 박람회’에는 29일 오후 1시 기준 이틀 동안 57만 8,150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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