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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성큼, ‘미·중 패권’ 속 한국 입지 ‘불안’

4차산업혁명 시대 인력·기술·자본, 인공지능으로 집약
미·중 세계시장 양분...“한국, 연구기술력 불구 격차 커”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5.09 15:44
  • 수정 2021.05.09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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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의 글로벌 AI 지표 그래픽. 출처 OECD 홈페이지.
OECD의 글로벌 AI 지표 그래픽. 출처 OECD 홈페이지.

세계경제포럼(WEF) 즉 다보스 포럼의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이 화두로 꺼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지 불과 4년여, ‘4차산업혁명’은 21세기 세계 경제의 특징을 대표하는 개념이 되었다. 

나아가 21세기 들어 각각 독립적으로 발전하며 4차산업혁명을 이끌어 온 다양한 기술들은 긴밀한 상호작용을 거치면서 하나의 핵심기술 즉 인공지능(이하 AI)으로 집약되는 중이다. 

한국은 AI 분야에서 풍부한 인적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인력·기술·자본의 모든 측면에서 우위를 유지해야 하는 이 기술의 특성상 시장 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4차산업혁명, 세계 경제 좌우하며 대세 확립
4차산업혁명이 21세기 산업의 흐름을 넘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그로 인한 변화 양상이 세계 산업 구조를 제조업 중심이던 3차 산업혁명 당시와 확연히 다른 형태와 방식으로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구 자본주의는 산업혁명의 힘으로 세계를 제패했는데, 이는 그 동력에 따라 세 차례의 발전 단계로 구분된다. 먼저 18세기 후반에 일어난 제1차 산업혁명은 철도와 증기기관, 기계제 생산을 주도한 대영제국이 이끌었다. 

19세기 말에 진행된 제2차 산업혁명은 전자기 혁명과 공장제 대량생산을 이끈 유럽이 주도하며 이른바 제국주의 시대를 낳았다. 이 와중에 미처 산업화를 경험하지 못한 러시아 등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며 20세기를 진영대결로 이끌었다.

이후 세계 각지로 퍼진 자본주의적 생산 방식은 1960년대 들어 반도체와 컴퓨터 기술을 앞세운 미국에 의해 주도되었고, 그 여파로 20세기 말 사회주의 소련이 해체되고 팍스 아메리카나 체제가 확립된다. 이처럼 산업혁명은 한 나라의 경제구조뿐 아니라 국가 나아가 체제와 진영 간 역학관계를 뒤흔든 거대한 변혁이었다.

21세기 들어 세계 경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중이다. 그에 따라 진행되는 일련의 변화가 산업혁명의 새로운 단계에 해당하는지를 놓고 다양한 주장이 펼쳐졌다. 그러던 중 다보스 포럼에서 이루어진 토론을 바탕으로 제기된 ‘제4차 산업혁명’(이하 4차산업혁명)이 이들 논쟁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이 토론을 정리한 책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은, “21세기형 산업 변화가 첨단 IT 시스템을 중심으로 현존하는 모든 과학기술과 생산 도구를 무작위로 연결한다는 점이 핵심”이라 주장한다. 

책에 따르면 21세기형 산업의 특징은 기존 재래식 공장이나 농촌 심지어 인간의 취미 생활까지도 디지털화하고 여기에 모바일, 센서, 인공지능, 기계학습 등을 전천후로 융합하는 데 있다. 그 시너지로 인해 변화의 폭과 깊이 및 속도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라는 점도 이전의 산업혁명과 구분되는 특징이다.

두 가지 사례가 그 증거로 제시된다. 하나는 2007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선보인 아이폰이다. 아이폰은 휴대전화에 컴퓨터 칩과 운영체제를 장착한 1세대 스마트폰으로 출시 첫해에 370만대가 팔렸다.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그로부터 10년만인 2016년 말 스마트폰은 사용자 수 21억5500만 명을 돌파, 기존 휴대폰을 과거의 유물로 만들었다. 2018년에는 세계 휴대폰 사용자 25억 명이 스마트폰을 손에 쥐게 되었다.

다른 하나는 검색엔진 구글이다. 1996년 두 명의 대학원생들이 ‘그저 그런’ 인터넷 검색 서비스의 하나로 선보인 구글은 15년 만에 알파고와 자율주행 자동차를 내놓고 애플과 함께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 산맥을 구축할 정도로 성장했다. 오늘날 인터넷 없는 산업은 상상할 수도 없게 되었으며 구글은 이 분야의 관련 기술을 주도한다.  

이 사례들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기본 특징을 추출할 수 있다. 첫째 이 변화가 산업의 독점 내지는 국가 독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명백하며, 둘째 그 결과 해당 기술과 산업을 보유한 쪽과 그렇지 못한 쪽으로 시장 양극화를 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 클라우스 슈밥, 새로운현재.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 클라우스 슈밥, 새로운현재.

4차산업혁명, ‘성장 추동’과 ‘승자 독식’ 양면성
“생산과 소비가 시장을 지배하는 강력한 몇몇 소수 글로벌 기업으로 집중”되는 이른바 ‘플랫폼 효과’에 대해 슈밥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일부 소수의 사람들에게 혜택과 가치가 집중되는 현상이 가중되는 이유는 플랫폼 효과 때문이다. 디지털 기업들은 이 효과를 사용하여 폭넓은 상품과 서비스로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창출해 규모수익의 증대를 누린다.”

이와 같은 플랫폼 효과로 인해, 제4차 산업혁명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는 양면성이 있다. 이는 제1차 산업혁명이 농민을 농촌에서 추방하여 도시 노동자와 산업예비군으로 전락시키며 공장 생산과 자본 축적을 강화해 결과적으로 봉건제를 소멸시킨 과정을 연상시킨다.

첫째, 시장경제의 단일화를 가속화시킨다는 점이다. 21세기 들어 미국과 유럽 등 서방 선진국들은 구조적인 장기 침체에 빠져 쉽사리 해법을 찾기 어려웠다. 설상가상으로 숱한 기술 혁신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노동생산성이 21세기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다는 점도 통계적으로 확인된다.

이런 가운데 진행된 제4차 산업혁명은 상상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세계를 단일 시장경제 체제에 포섭해가며 기존에 없던 산업으로 시장경제의 성장과 양극화를 이끌고 있다.

둘째, 제4차 산업혁명으로 자본이 노동을 파괴적으로 대체할 것임은 전문기관들의 분석을 통해 갈수록 확실시된다. 제리 카플란은 ‘인간은 필요 없다’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의 예를 들어 이 문제를 냉정하게 파고들었다.

로봇은 내비게이션 시스템, 마트의 결제 시스템, 자동화된 농기구, 드론이기도 하며 화재진압 로봇이거나 초미세 의료 로봇이기도 하고, 심지어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간주되는 서비스와 창조 업무까지 포괄하여 그 영역에 제한이 없는 ‘정교한 인조 노동자’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불행하게도 산업의 어떤 영역이건 일단 로봇이 도입되면 인간 노동이 밀려나는 것은 거의 시간문제인 상황이 되고 있다.

AI 논문 발행수 상위 10개국 현황. 출처 : OECD
AI 논문 발행수 상위 10개국 현황. 출처 : OECD

미·중, AI 연구·기술 압도적, 선두다툼 치열
4차산업혁명의 이와 같은 양면성은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기술력이 집약되는 인공지능으로 인하여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은 정해진 임무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게 처리하는데 그 능력 또한 인간과 달리 비약적인 속도로 발전한다.

가령 로봇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작동장치, 센서가 결합한 기계장치다. 게다가 세계 각지의 동일한 로봇에서 수집된 수많은 데이터가 네트워크를 통해 집중되면 이는 다시 인공지능의 힘으로 전체 로봇의 능력을 향상시킨다.

로봇과 마찬가지 방식으로 현대 기술을 특징짓는 유비쿼터스, 모바일 슈퍼컴퓨팅, 자율주행, 유전공학, 신경기술, 초연결, 딥마인드 같은 개념들 역시 서로 경계 없는 파괴적 혁신을 일으키며 전체적으로 인공지능의 구성요소 또는 산물이 되어갈 것이다.

인공지능이 글로벌 플랫폼 전쟁의 핵심이자, 이 분야의 극소수 선도그룹이 나머지 시장을 좌우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공지능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파악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0여 년간 이 분야의 기술과 산업에 관한 연구를 수집·분석, 홈페이지(https://www.oecd.ai/)를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왔다. 그런 OECD가 최근 주목할 만한 통계를 내놓았다. 

그 하나는 ‘국가별 AI 논문 발행수 현황‘이다. 이에 따르면 2020년 한해에 중국이 총 3만2925건의 논문을 발행, 상위 10개국 총 발행건수 8만9337건의 36.9%를 차지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중국은 이미 17년 전인 2004년부터 이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한 상황이다.

중국은 심지어 2위인 미국의 1만4944건을 두 배 이상 앞질러 양적으로 AI 연구를 압도하는 모습이다. 상위 10개국 중 나머지 8개 국가가 총 4만1468건을 발행했는데 이는 중국과 미국의 발행건수 4만7869보다 적은 양이다. 

총 1만2721건으로 3위를 차지한 인도를 포함하면, 이들 상위 세 나라가 6만590건으로 10개국 발행총량의 67.8%를 차지한다. 논문 발행 건수로 보면 이들 세 나라가 세계 인공지능 연구를 주도하는 상황인 것이다. 

한국은 영국(3803건)에 이어 3649건을 발행한 것으로 나타나는데, 비록 OECD 국가 중 5위라 하지만 상위 3개국에 비하면 현저히 뒤처진 상황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AI 기술 보급역량 상위 10개국 추이. 출처 : OECD
AI 기술 보급역량 상위 10개국 추이. 출처 : OECD

발행건수로 연구의 양을 알 수 있다면 논문 인용횟수는 연구의 질을 결정하는 지표다. 이 분야의 강자는 아무래도 미국이라 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중국은 지난해에 AI 논문 인용횟수에서도 미국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탠포드대 인간중심연구소(HAI)가 올 3월 지난 3일 발표한 ‘AI 인덱스 리포트 2021’에 따르면 2020년 인용된 전 세계 AI 논문 중 중국 논문이 20.7%로 1위를 차지, 미국(19.8%)을 제쳤다. 이 조사에서 유럽 전체가 11%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미국은 권위가 확인된 ‘출판된 AI 논문’ 인용수에서 40.1%를 차지, 11.8%인 중국, 10.9%인 유럽을 멀리 따돌리고 있다. 미국이 양적으로는 밀려도 여전히 가장 우수한 연구 역량을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 AI 역량, 선도기업에 치중...대책 절실
OECD가 내놓은 통계 중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것이 ‘국가별 AI 기술 보급역량 순위‘다. 이 순위는 OECD가 글로벌 인적자원(HR) 서비스인 링크드인 데이터베이스(DB)를 활용, 각국의 AI 기술 보급률과 표본 내 모든 국가의 평균 AI 기술 보급률 간의 비율을 추정해 산출한 것이다.

이 분야에서 한국은 1위 인도, 2위 미국에 이어 3위를 달리는 중이며, 그 뒤를 싱가포르, 중국, 이스라엘, 캐나다, 독일, 핀란드, 스웨덴 등이 잇고 있다. 즉 수치상 한국의 AI 기술 보급력이 중국에 앞선다는 것이다. 

기술 분야에서는 중하위권이 크게 의미가 없으므로, 이 분야의 선두 자리는 논문 발행건수에 비해 훨씬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더욱이 인적 역량과 투입 자본에 좌우되는 기술의 속성상 가령 인도의 경우 다수의 우수한 인력이 미국 기업에 속해 활동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미국이 이 분야를 주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AI 분야에서 세계적인 인재와 기술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압도적인 자본력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재와 기술의 상시 해외 유출이 우려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분야별 우리나라 기술 경쟁력 및 인력 수급 수준. 자료 전경련 제공.
분야별 우리나라 기술 경쟁력 및 인력 수급 수준. 자료 전경련 제공.

이와 관련,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와 함께 실시해 7일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산업현장의 반도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AI 경쟁력이 선진국의 60% 수준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한편 AI 선도 국가와 후발 국가간 산업간 격차는 같은 방식으로 국내 산업에도 적용된다. 이 분야 연구를 수행해 온 K정책플랫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높은 AI 기술력은 대기업 또는 디지털 선도기업에 지나치게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빅데이터 분석 활용률은 10%도 되지 않는데 이는 OECD 최하위 수준이며,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으로 제한하면 그 격차는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한국의 AI 연구·보급 능력이 세계적인 수준에 이름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미·중 양국의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의 경우 다수 근로자가 ‘디지털·데이터 문맹’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대책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글·김선태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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