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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스푸트니크 V’, 코로나19 백신 新주류로 부상

랜싯紙, “스푸트니크백신 효능 안전하고 확실”
가말레야硏, “서방에서 연구진 빼내려 안간힘”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2.09 03:10
  • 수정 2021.02.1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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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 V’ 개발 책임자, 알렉산더 긴츠부르크 소장2020년 8월 11일(현지시각) 러시아가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세계 최초로 등록한 지 닷새 뒤인 8월 16일, 개발 책임자로서 기자회견을 가진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 연구센터 알렉산더 긴츠부르크 소장. / 사진=타스 통신(https://tass.com/society/1190265)
‘스푸트니크 V’ 개발 이끈 알렉산더 긴츠부르크 소장
2020년 8월 11일(현지시각) 러시아가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세계 최초로 등록한 지 닷새 뒤인 8월 16일, 개발 책임자로서 기자회견을 가진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 연구센터 알렉산더 긴츠부르크 소장. / 사진=타스 통신(https://tass.com/society/1190265)

[시그널=김선태 기자] 지난해 8월 11일(현지시각),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공식 등록했다. 

‘스푸트니크 V(5)’로 불린 이 백신은 러시아 보건부 산하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연구센터가 개발한 것이다. 연구팀은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6~7월 2차에 걸친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발표했다. 

스푸트니크 책임자, 자신에게 시험백신 접종
이에 대한 서구의 반응은 냉소 일색이었다. “세계 최초 백신이라는 명성을 노린 무리수”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러시아 측 발표 한 달 뒤인 9월 10일(현지시각) 서구 과학자 27명이 세계적 의학전문지 ‘랜싯’ 편집장 앞으로 항의성 공개서한을 보냈다. 

미국 CNBC 방송은 이 서한에서 “스푸트니크 V 백신의 실험 데이터는 도무지 나오기 어려운 패턴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임상시험에 참여한 피실험자들이 각기 다른 시점에서 일부 동일한 패턴을 보이며 동일한 항체 수치를 보였는데 “확률적인 측면에서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CNBC는 또 공개서한의 서명자 중 한 사람인 엔리코 부치 미국 템플대 교수의 말을 빌려 “요점은 데이터가 누락됐으며, 이해하기 어려운 패턴을 보였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타스통신은 “서구 국가들이 앞으로는 러시아산 백신을 무시하면서 뒤로는 이 백신 개발의 주역들을 빼내려는 이중 행태를 보였다”면서 개발 당사자의 말로 이를 뒷받침했다. 

알렉산더 긴츠부르크(Alexander Gintsburg) 소장은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서방 연구기관들이 우리 센터에서 10년 동안 일해온 핵심 과학자들을 데려가려 애썼지만, 이는 소용없는 일이었다”며 “우리의 백신에 대한 서방의 부정적 반응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라 말했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자국의 백신 개발 과정에서 이후 유명한 랜싯 게재 논문의 주 작성자로 알려진 데니스 로구노프(Denis Logunov) 부소장이 채 검증되지 않은 시험백신을 자신에게 먼저 접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본격 임상시험에 들어가기 전 76명의 자원봉사자가 백신을 투여하고 각자 일기를 썼는데 그들 모두에게서 발열, 발진, 자극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 센터의 과학자들과 백신의 성능에 대한 긴츠부르크 소장의 자부심에 충분한 근거가 있음을 알게 하는 대목이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회원인 알렉산더 긴츠부르크 센터 소장, 데니스 로구노프 부소장 겸 백신개발 팀장, 그리고 보리스 나로디츠키(Boris Naroditsky) 박사, 세르게이 보리세비치(Sergei Borisevich) 박사 등이 스푸트니크 V 탄생의 주역들이다. 

사진. 가멜라야 센터 연구원이 스푸트니크 5 백신을 다루는 모습. / 사진=스푸트니크 V 홈페이지 캡쳐 화면사진. 
러시아 가말레야 국립 연구센터 연구원이 스푸트니크 5 백신을 다루는 모습. / 사진=스푸트니크 V 홈페이지 캡쳐 화면 

2020년 11월 24일(현지시각) 러시아 보건부는 정부 부처로는 처음, “현재 개발 중인 ‘스푸트니크 브이(V)’가 2차 중간 분석 결과 95% 이상의 면역 효과를 보였다”고 발표했다. 

당시까지도 이 백신은 정부의 승인을 얻지 못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로 분류되어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 내에서 그 권위는 이미 확고한 것이었다.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가 3차례의 임상시험을 거치는 것과 달리 당시 발표는 2차 임상시험만 거친 것이었다. 러시아 정부로서는 백신 개발의 긴급성을 고려한 발표라고 해명했다. 

서방 세계는 “그것으로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며 반박했고 따라서 8월과 마찬가지로 이번의 발표 역시 “러시아의 과장된 백신 홍보” 수준으로 치부되고 말았다. 

코로나19에 대한 면역 기제를 도해와 함께 보여주는 모습. / 사진=스푸트니크 V 홈페이지 캡쳐 화면(https://sputnikvaccine.com/about-vaccine/)
코로나19에 대한 면역 기제를 도해와 함께 보여주는 모습. / 사진=스푸트니크 V 홈페이지 캡쳐 화면(https://sputnikvaccine.com/about-vaccine/)

랜싯, “연령불문 성능 91.6%” 발표에 세계가 놀라
이처럼 부정적인 기류 속에 데니스 로구노프(Denis Logunov) 박사 등 백신 개발진은 ‘러시아 3상시험 중간 분석에 따른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기반 이기종 프라임부스트 백신(스푸트니크 V)의 안전성 및 효능 연구’라는 긴 이름의 논문을 작성, 의학학술지 랜싯에 전달했다. 

랜싯은 검토 끝에 이 논문의 타당성을 인정해 2월 2일 최종 게재했다. 
 
랜싯(LANCET)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사이언스나 네이처 같은 학술지보다 인용지수가 높아 사실상 세계 의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학술지이다.

논문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V 백신은 코로나19에 91.6%의 예방 효과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층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접종자에서 항체가 생성되었으며, 중증 질환 예방에는 100% 효과를 보였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은 21일 간격으로 2회를 접종하는데 이때 서로 다른 백신 전달체(벡터)를 사용하여 접종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는 동일 백신을 2회 접종해 그 결과 접종 효과가 떨어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명백히 구별되는 지점이다. 일반적으로 같은 전달체를 두 번 사용하면 인체가 전달체에 면역반응을 일으켜 그만큼 백신 효과를 감소시킨다. 

즉 일종의 감기 바이러스인 아데노바이러스 5(rAd5)와 아데노바이러스 26(rAd26) 각각에, 코로나바이러스의 인체 감염부위에 해당하는 스파이크 단백질 유전 물질을 태워, 인체 내에 운반하여 항체 생성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참고로 아데노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의 일종이며 일반적으로 감염되어도 인체에 큰 해를 끼치지 않는다. 

스푸트니크 V 백신을 일명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이라고 부르는 이유가 이것이다. 즉 이 백신은 아데노바이러스를 운반체(벡터) 삼아 코로나바이러스 항원을 인체 내에 주입하여 면역력을 생성하는데 핵심 특징이 있다. 

2차 면역 반응에서 스푸트니크 V 백신과 타 백신의 효능 차이를 보여주는 임상시험 결과 그래프. / 사진=스푸트니크 V 홈페이지 캡쳐 화면
2차 면역 반응에서 스푸트니크 V 백신과 타 백신의 효능 차이를 보여주는 임상시험 결과 그래프. / 사진=스푸트니크 V 홈페이지 캡쳐 화면

러시아 측은 이번 3상 임상시험에서 2만1,977명을 참여시켜 그들을 플라시보(placebo)군과 백신 접종군으로 나눈 뒤, 각각 플라시보약과 백신을 두 차례 투약했다. 

이후 두 번의 접종을 모두 받은 백신 접종군과 플라시보군을 조사한 결과 91.6%의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모든 연령층에서 유사한 결과를 얻었는데, 가령 60세 이상 참여군에서도 91.8%의 예방효과를 확인했다. 

또한 임상시험 기간 중 코로나19 감염이 확인된 참여자 중에서 중등도 또는 중증의 코로나19 감염 환자는 백신 접종군에서 0명, 플라시보군에서 2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임상시험의 2차 평가변수(secondary endpoint)에 해당한다는 단서가 붙기는 하지만 “스푸트니크 V가 중증 코로나19 감염에 대해 100%의 예방 효과를 보여주는 결과”라는 게 논문의 설명이다.

논문에 따르면 스푸트니크 V는 안전성 역시 뛰어난 점수를 받았다. 참가자의 4%가량이 독감 증상, 주사 부위 부작용, 두통, 무기력감 등을 보였지만 94% 참가자는 주목할 만한 부작용을 겪지 않았다. 나머지 70건의 부작용이 있었지만 이는 백신과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자체 연구 결과지만 스푸트니크 V는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푸트니크 개발팀은 이 백신을 섭씨 2∼8도에서 보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실험은 첫 접종 후 48일의 경과를 기준으로 한 것인데 이는 ‘최소 6개월의 예방 기간’이라는 WHO 권고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다. 

러시아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와 이를 테스트중인 가말레야 센터 연구원 / 사진=스푸트니크 V 홈페이지 캡쳐 화면
러시아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를 테스트중인 가말레야 센터 연구원 / 사진=스푸트니크 V 홈페이지 캡쳐 화면

효능은 화이자백신 수준, 보관·가격은 월등히 유리
스푸트니크 V를 다른 백신과 비교하면 그 특징과 성능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먼저 현재 가장 유명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은 메신저 RNA나 mRNA를 사용해 만들어진 백신이며, 모더나 역시 mRNA에 기반을 둔 백신이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의 경우 단 1회 접종으로 21일째에 90%의 예방효과를 거둔다는 이스라엘의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 수치는 서구 백신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화이자 백신에 대한 기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은 이유가 된다. 

하지만 그 예방 효과가 얼마 동안 유지되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그밖에 열에 취약한 mRNA의 특성상 영하 70도 정도의 초저온 보관이 필요하다는 점이나,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검증을 본격적으로 거치지 않았다는 점 등은 숙제로 남아 있다. 

얀센제약의 존슨앤존슨 백신은 유전자 조작 기법을 이용한 재조합 벡터 백신으로 스푸트니크 V와 원료와 작동 방식이 비슷하다. 

다만 두 개의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하는 스푸트니크와 달리 아데노바이러스 26의 유전자 변형 버전을 사용하며 이 때문에 접종도 한 번만 실시한다. 당연하지만 효능은 떨어져서 미국 임상시험에서 72%의 효과를 나타냈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아데노바이러스를 사용하지만 인체 면역 기능으로 백신이 제거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침팬지의 똥에서 아데노바이러스 5번 벡터를 추출한 점이 다르다.

임상시험 결과 효능은 존슨앤존슨 백신과 유사하거나 그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이 백신은 표준 냉장고 온도에서 6개월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되므로 화이자 백신에 비해 보관이 쉽다.

AP통신에 따르면 7일(현지시각) 남아공 보건부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효능이 없다”며 접종을 보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남아공 임상시험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경도 및 중등도 코로나19 예방 비율이 25% 미만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는 아데노바이러스 5번 벡터가 인체에 친숙한 탓에 상당수 성인이 해당 중화항체를 가지고 있어, 코로나19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그와 유사한 특정 항체를 회피하도록 진화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노바백스 백신은 유전자 재조합 기법을 써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을 배양해 이를 항원으로 이용한다. 이런 유형의 백신을 ‘단백질 서브 유닛 백신’이라 부른다. 

노바백스 백신은 영국에서 실시된 3상 임상 결과 중간 결과에서 89%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 효능 면에서 화이자나 모더나에 비해 다소 떨어지며 특히 영국발 변이에 대해서는 60% 수준의 효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단백질 백신의 특성상 보관이 쉽고 접종이 간편하다. 

사노피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 백신들도 노바백스와 마찬가지로 단백질 서브 유닛 백신이다. 아직 임상시험에서 노년층에게 필요한 수준의 면역 반응을 보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계인 시노백과 시노팜은 불활성화된 바이러스를 사용하는데 이는 고전적인 백신 제조 기법이다. 

즉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배양하여 성장시킨 뒤, 그 고유 기능을 제거한 다음 이를 백신의 원료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들 중국계 백신은 나라마다 임상시험에 따른 효능 차가 커서 현재 논란이 이는 중이다. 시노백 백신의 경우 브라질 임상 3상 결과 효능이 세계보건기구(WHO) 최저 권고치인 50%를 겨우 넘겼다.

이런 경쟁자들과 비교하면 스푸트니크 V는 효능·안전성·가격 등 여러 면을 종합할 때 현재까지 최상위급 백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이란 공항에 하역되는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러시아가 개발한 스푸트니크 V 백신 1차 공급물량이 4일(현지시각) 항공편으로 이란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공항에 도착해 하역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코로나19 백신을 거부해온 이란은 이날 러시아산 백신을 처음으로 수입했다. / 사진=연합뉴스
이란 공항에 하역되는 러시아산 코로나19 백신
러시아가 개발한 스푸트니크 V 백신 1차 공급물량이 4일(현지시각) 항공편으로 이란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공항에 도착해 하역되고 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코로나19 백신을 거부해온 이란은 이날 러시아산 백신을 처음으로 수입했다. / 사진=연합뉴스

러시아, 스푸트니크 V 백신으로 유럽에큰소리
악화일로를 걷던 감염자 확산세에도 서구의 백신을 끈질기게 거부해온 이란은 이미 스푸트니크 백신 접종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란 관영 IRNA 통신은 4일(현지시각) 러시아산 스푸트니크Ⅴ 백신 1차 공급물량 50만 회분이 이날 테헤란 이맘 호메이니 공항에 도착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2차 및 3차 공급분이 각각 이달 18일과 28에 공급될 예정이다. 

유럽도 비상한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랜싯 보고가 나온 직후인 4일(현지시각)부터 유럽연합(EU)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사흘간 회의를 가졌다. 

타스통신은 “이 회의에서 양측이 ‘스푸트니크 V’ 허용 문제로 논의중”이라고 보도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스푸트니크 V가 EU의 승인을 받으면 당연히 환영할 것”이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8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러시아 스푸트니크 백신의 도입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백신들을 다 문을 열어놓고 가능성에 대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스푸트니크 V 백신이 화려하게 부활하는 가운데, 러시아는 이제 코로나19 백신 대열에 당당히 올라서서 목청을 높이고 있다.
 
현지시각 8일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Dmitry Peskov) 러시아 대통령 대변인은 “우리가 노력한다면 6월 중순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면역력을 가진 지구촌 인구가 60%에 이를 것”이라면서, 이 경우 “인류는 8월이면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고 말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다만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백신이 차질 없이 공급되어야 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러시아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 연구센터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완제품
러시아 가말레야 국립 전염병·미생물 연구센터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스푸트니크 V' 완제품 / 사진=연합뉴스

스푸트니크라는 이름과 관련하여 새겨볼 만한 대목이 있다.

1957년 10월 소련이 역사상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발사에 성공했다. 다급해진 미국은 이듬해 항공우주국(NASA)을 발족시켜 우주선 개발에 나섰고, 1962년 9월 케네디 대통령이 “우리는 10년 안에 달에 갈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미국이 우주선을 개발하자 그 소재인 트랜지스터 반도체 수요가 폭증했다. 당시까지는 트랜지스터의 소재로 게르마늄이 주로 사용되었으나 이내 실리콘이 더욱 효율적임이 확인되었다.

이에 젊은 과학 창업자들이 실리콘 트랜지스터 개발에 앞장섰는데 이것이 실리콘밸리의 성장을 촉진했다. 1969년 미 아폴로 10호의 달 착륙은 덤이었다.

과학의 역사는 이렇게 돌고 도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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