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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발 코로나19 변이에서 ‘도피(逃避) 돌연변이‘ 발생

“E484K, 감염 환자 재감염 가능성 높여”...파우치, “백신 접종 늦출 여유 없어”

  • 기자명 김선태
  • 입력 2021.02.03 14:21
  • 수정 2021.02.0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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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 막느라 분주한 인천공항 입국장국내에서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속속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바이러스 막느라 분주한 인천공항 입국장
국내에서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속속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1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입국장의 모습. / 사진=연합뉴스

[시그널=김선태 기자] B117로 불리는 영국발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이에서 현존 백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른바 ‘도피(逃避) 돌연변이가’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현지시각 2일 영국 공중보건국은 “영국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균주(strain)에서 항체를 피해 도망가는 도피 돌연변이(escape mutation)가 실험 결과 확인되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도피 돌연변이, 항체 내성 가져 재감염률 높여

균주(strain)란 유전적으로 동일한 개체들의 집합으로, 여기서는 변이 바이러스 유전자의 일부 집단을 뜻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변이 바이러스 내에서 새로운 돌연변이 유전자 집단이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영국 공중보건국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비해 높은 감염률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영국발 변이 B117 바이러스에서 추출한 샘플 가운데 최소 11개에서 새로운 돌연변이가 검출됐다.

E484K라고 명명된 이 돌연변이는 기존 남아프리카 변이나 브라질 변이와 유전적 특징을 일부 공유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보고서는 이 샘플 중 일부는 단일한 바이러스 계통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각각 독립적인 계통에서 나온 돌연변이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서로 다른 샘플의 인체 세포 감염 기제(작동 방식)도 조금씩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와 같은 사실은 B117을 포함하여 이미 전염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진 변이 또는 변종 바이러스 일부가 감염 후 항체 생성으로 형성된 인체 면역 기능에 어느 정도 내성을 갖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그게 아니라 해도 최소한 “이미 감염되어 항체가 생긴 사람들이 재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예일 공중 보건 대학 역학 연구원 조셉 파우버(Joseph Fauver)는 CNN 인터뷰에서 “이는 백신의 효과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다소 우울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변이를 추적하고 발견하는 노력이나 성과에서 볼 때 현재 영국은 미국보다 한발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이 말은 영국이 집요한 유전자 감시를 통해 변이나 돌연변이를 먼저 발견했다는 것으로, 결과적으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은 미국에서 이보다 다양한 종류의 변이 또는 돌연변이가 활개 치는 중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영국에서 발견한 B117 변이와 그 돌연변이가 위험하지만, 변이를 미처 찾아내지 못한 미국의 상황이 더 우려되는 이유이다.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미국의 제약사 노바백스는 자사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19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89.3%의 효과를 보였다고 28일(현지시각) 밝혔다. 하지만 남아프리카에서는 이보다 떨어지는 효능을 보였다.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
미국의 제약사 노바백스는 자사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19 백신이 임상시험에서 89.3%의 효과를 보였다고 28일(현지시각) 밝혔다. 하지만 남아프리카에서는 이보다 떨어지는 효능을 보였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상황이 현재 개발됐거나 개발중인 백신의 성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는 단정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런 돌연변이로 인해 동일한 백신이라 해도 나라마다 효능에서 차이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은 가능하다. 실제 일부 연구를 통해, 남아프리카에서 특정 백신의 효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으로 E484K 돌연변이가 지목되고 있다.

이미 실용화된 백신에서도 비슷한 추측이 가능하다. 노바백스의 경우 최근 영국에서 18~84세 1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3상 임상시험에서 89.3%의 예방효과를 보였다. 하지만 남아프리카에서 실시된 별도의 2b단계(Phase 2b) 연구에서는 60% 효능만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찬가지로 존슨앤존슨 3상 실험에서도 미국은 72%, 남아프리카는 57%로 서로 다른 효능을 나타냈다. CNN은 “연구에 따르면 노바백스와 존슨앤존슨 백신의 국가별 효능 차이는 모두 E484K 돌연변이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적었다.

그렇다면 백신 주사의 중요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전문가들은 그 반대라며 “백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록펠러 대학의 바이러스학자 폴 비에니아즈(Paul Bieniasz)는 E484K 돌연변이가 수개월에 걸쳐 다수의 표본에서 산발적으로 나타났지만, “이 돌연변이가 면역력이 없는 집단에서 바이러스를 더 유리하게 만드는 것 같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차 팬데믹이 휩쓸고 간 뒤 면역력이 생긴 집단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바이러스가 돌연변이의 작용으로 항체를 피해 재감염율을 높일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미 남아프리카의 확진자가 다수 나온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재감염된 사례가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겸 대통령 수석 의료 고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겸 대통령 수석 의료 고문

파우치, “백신은 최선의 예방책, 머뭇거릴 여유 없어”

현지시각 21일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 앤서니 파우치 박사는, 이 사례를 조사한 뒤, 남아프리카 해당 지역에서 “이전에 감염되어 항체가 생긴 사람도 보호받지 못할 정도로 높은 감염률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B117 변이 바이러스는 1월 중순 60개국에서 발견되었으나 2월 들어 최소 70개 국가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미국에서 이 변종에 감염된 환자는 470명에 이른다.

이에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바이러스 검사를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백신을 신속하게 출시하며, 비록 효력이 떨어진다 해도 가능한 한 많은 사람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하는 것이 하나의 해결책이라고 주장한다.

이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수석 의료 고문이기도 한 파우치 박사 역시 “돌연변이의 범람을 막기 위해서라도 가능한 한 빨리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1일(현지시각) 백악관 코로나19 대응팀과 가진 가상 뉴스 브리핑에서 파우치 박사는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바이러스는 복제하지 않으면 변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만약 여러분이 백신을 널리 접종해서 코로나바이러스의 활동 무대를 줄여 그들의 복제를 막는다면 바이러스가 더이상 돌연변이를 일으키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백신을 시급히 맞아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기저질환과 같은 잠재적으로 치명적인 질병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파우치 박사는 “현재의 백신은 변이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능력은 비록 떨어지지만,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심각한 질환에 걸리지 않도록 여러분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한다.

파우치 박사가 백악관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팀을 이끌고 있는 가운데, 현지시각 2일 백악관은 “오는 11일(미 동부시각 기준)부터 전국 약국에 코로나19 백신을 직접 공급할 것“이라 밝혀 주목된다. 이로써 미국인들은 약국에서도 백신을 접종할 수 있게 된다.

제프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의 설명에 따르면 미 정부당국은 우선 1주일간 약국 6천500곳에 백신 100만 회분을 배급하고 점차 수급 약국을 4만 곳까지 늘릴 방침이다. 

이날 미국에서 백신 접종자수(2천650만명)가 확진자수(2천630만명)를 추월했다는 소식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돌연변이가 만연하여 기존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전면적으로 대체하는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해서 백신 접종은 빠를수록, 그리고 많을수록 좋다“고 말한다.

기존 계통을 뛰어넘는 새 변종이 ‘주류’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대체할 경우, 현재의 모든 백신이 무력화되므로 그 피해는 상상할 수조차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3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 2월 1일 이후 총 27건을 분석한 결과 총 5건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변이 바이러스의 지역사회 집단전파가 처음 확인된 것이다.

이중 영국발 변이(B117) 감염자는 4명이고, 남아공발 변이 감염자는 1명이다. 방대본은 “변이 바이러스가 국내에서 전파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백신 공급 및 접종 정책과 관련하여 우리 정부당국의 대응이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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